CEO 절반 "올해 화두는 긴축 경영"…기업들 '군살 빼기' 집중
주요 기업 총수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일제히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성장률이 3%도 안될 것이라는 전망에 유가 급락, 미국 금리인상, 중국발 경기 불안 등 대외적인 환경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부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일단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비핵심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사업부 통폐합 등을 통한 군살 빼기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국내 235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한 최고경영자(CEO) 중 52.3%가 올해 경영계획의 방향성을 ‘긴축 경영’이라고 답했다. ‘현상 유지’라고 답한 CEO는 30.2%였고 ‘확대 경영’은 17.4%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올해 경영전략 짜기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27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했지만 올해는 작년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M부문(IT·모바일)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호황인 반도체부문 실적도 언제 하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승진자 및 임원 규모를 예년보다 줄인 데 이어 지원조직은 축소하고 현장 자원을 늘리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한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과 반도체부문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전장사업부’도 신설했다. 삼성전자 외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도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일부 계열사는 사옥 매각을 검토하고 희망퇴직자를 받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이미 들어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목표인 820만대에 못 미치는 801만대를 판매했다. 올해 목표는 813만대로, 지난해보다 목표가 오히려 줄었다. 그만큼 경기 여건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워 고급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복귀한 SK그룹은 장기간 오너가 자리를 비우면서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은 뚜렷한 실적 개선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실적이 그나마 그룹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반도체 시황도 앞으로의 상황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이에 SK는 올해부터 반도체,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한 핵심 성장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최 회장은 지주사인 SK(주),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 복귀해 그룹경영 전반을 직접 챙기기로 했다.

LG그룹은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 및 자동차부품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는 올해 LG전자(자동차부품), LG화학(배터리), LG디스플레이(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센서·LED), LG하우시스(자동차 소재부품) 등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동시에 태양광을 활용한 에너지 사업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은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중공업 기업들은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경영위기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들이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본사와 당산동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전체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며, STX조선해양도 모든 직원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매년 인사평가에서 저성과자로 분류된 사무직원에 대해 직급에 관계없이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CEO들이 지금의 경기상황을 ‘경기 저점’ ‘장기형 불황’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긴축경영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