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복귀하는 이란] 미국 기업이 직접 거래할 땐 정부 승인 받아야
이란의 경제·금융 제재가 풀렸다면 이제 이란은 모든 나라와 자유롭게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란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각각 제재를 당했다. EU보다 미국 쪽 제재가 더 강했다. 이번에 미국과 EU는 모두 제재를 풀었지만 일부 제재는 남아 있다.

미국이 이번에 제재를 푸는 것 중 핵심적인 부분은 미국 이외 기업이나 개인이 이란과 거래했을 때 불이익을 주기로 했던 부분이다. 이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은 원유나 석유화학제품을 미국 외 제3국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또 그간 동결됐던 이란의 1000억달러(약 120조원) 규모의 해외 자산 이전이 가능해지고, 이란중앙은행을 포함한 이란 은행과의 거래나 이란의 리알화를 사용한 거래, 이란 정부에 대한 달러화 공급도 허용된다.

그러나 미국인과 미국 기업의 이란과의 거래는 앞으로도 쉽지 않다. 미국 재무부가 승인하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 자회사를 이용한 거래 등은 허용된다. 또 미국인, 미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미국 재무부가 금지하는 이란 혁명 수비대 관련 기관이나 개인과의 거래는 앞으로도 계속 불가능하다.

EU가 부과한 제재는 대부분 풀린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무기 수출입을 5년간 금지한 것 등 군사적 제재 일부는 남아 있다.

미국은 핵무기 관련 제재가 풀린다 해도 국제사회가 정한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초고강도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으름장’도 놨다.

유에스에이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한 서방의 대(對)이란 제재 해제 하루 만인 17일(현지시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관련 인사 및 연루된 회사에 대해 금융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신규 제재를 가했다.

이란은 지난해 10월 장거리 유도미사일 ‘에마드’를 발사했는데, 이는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929호를 위반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같은 해 11월 중거리 탄도미사일 ‘가드로-110’의 발사 실험을 강행했다. 이는 이란 핵무기 관련 제재가 해제되려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미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요소였다. 미 공화당은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고 결정을 늦추고 있다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길을 봉쇄했다”며 “미국의 강한 외교로 무엇이 가능한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