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디아' 시동…손정의 "100억달러 이상 투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올해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을 내걸었다. 모디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 캐피털리스트 등 1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인디아’ 출범식을 열고 각종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발표했다.

2014년 5월 취임한 모디 총리는 그해 9월 국가 성장전략 3대 슬로건으로 제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와 함께 ‘디지털 인디아’와 ‘스타트업 인디아’를 발표했다. 이번 출범식은 인도를 스타트업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스타트업 인디아’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창업·폐업 절차 간소화

'스타트업 인디아' 시동…손정의 "100억달러 이상 투자"
스타트업 인디아의 핵심은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이다. 창업·폐업 과정에서 복잡했던 절차를 간소화했다. 창업자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창업등록 절차를 하루 만에 마칠 수 있도록 했다. 수년이 걸리던 스타트업 폐업 절차도 90일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폐업 후 빨리 투자금액을 회수해 새로운 아이디어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허 출원 방식을 단순화하고 특허 출원 비용을 80% 인하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기술력의 바탕이 되는 특허 출원이 활발해져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과감한 세제 혜택도 내놨다. 기업과 투자자 양쪽에 세제혜택을 준다. 스타트업은 3년간 소득에 대한 세금과 세무조사를 면제받는다. 스타트업 투자자는 투자 수익에 대해 3년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해외 투자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이다.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1000억루피(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펀드도 조성한다.

모디 총리는 취임 이후 과감한 규제개혁을 해왔다. 인도는 2014년 세계은행(WB)의 ‘기업 하기 좋은 나라’ 130위에 머물렀다. 2013년 142위와 비교할 때 12단계 상승한 수치지만 아직 모디 총리가 목표로 하는 50위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가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아룬 자이틀레이 재무장관은 ‘스타트업 인디아 출범식’ 개회사에서 “1991년 인도 경제 자유화 조치 이후에도 허가·자금 유치 등에서 여전히 많은 규제가 있다”며 “정부는 스타트업 후원자가 될 뿐 간섭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 100억달러 투자 약속

모디 총리의 강력한 개혁 의지는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도의 해외 직접투자(FDI) 금액은 지난해 338억달러(약 41조670억원) 정도로, 모디 총리 취임 후 꾸준히 늘어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스타트업 인디아 출범식에서 향후 10년간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2014년 10월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스냅딜에 6억27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인도 스타트업 시장에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손 사장은 10년간 인도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투자계획에 변화가 있다면 규모를 늘리는 것뿐”이라며 “인도에 지난 한 해에만 2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투자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 사무실공유 서비스 ‘위워크’ 창업자 애덤 노이먼 등도 이날 행사에 참여해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구축, 자금유치 등에 대해 인도 측 관계자들과 논의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