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복귀하는 이란] 자동차 등 대(對)이란 수출 자유화…투자·송금도 허용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가 해제되자 정부도 대(對)이란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조치를 즉각 취했다. 이란 기업과 금융거래를 할 때 종전처럼 한국은행에 일일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미국 법령상 이란과의 거래에서 달러화는 앞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 등은 17일 공동 브리핑을 열고 “핵 등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전략물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이란 수출입 제한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란 교역을 제한하는 내용의 ‘이란 교역 및 투자 가이드라인’을 이날 폐지하고 이란과의 경제 협력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역 금지 품목으로 묶였던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조선, 해운, 항만, 귀금속 등에 대한 수출입 제한이 해제된다. 다만 전략 물자는 대외무역법에 따라 산업부 등 관계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기업이 이란과 교역할 때 전략물자관리원에서 ‘비(非)금지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 기존 절차는 없어진다. 비금지 확인서는 발급받는 데 10~15일씩 걸려 기업들이 선수금을 받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국내 건설업체가 이란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발급받아야 했던 ‘비제한 대상 공사확인서’도 필요 없어진다. 정유사는 원유 수입량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란과의 금융 거래 때 적용하던 허가 제도도 폐지된다. 정부는 2010년 9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등 이란의 102개 단체와 개인 24명을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해 금융거래를 중단시켰다. 이후 이란과 금융거래를 하려면 한은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란과 교역할 때 활용돼 온 원화 결제 시스템은 당분간 유지된다. 과거 미국이 이란과의 달러화 결제를 봉쇄하자 정부는 원화 결제시스템을 만들어 우회적으로 무역 거래를 허용해왔다. 다만 이란과 거래할 때 달러화로 결제하거나 송금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정부는 다음달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이란 테헤란에서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열어 양국 정부 간 협력 채널을 구축할 예정이다. 제재 대상에 포함됐던 이란 멜라트은행의 서울지점은 앞으로 영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