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장·차관과 고위직들이 현 정부 들어 ‘최장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7일 기준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의 재임 기간은 2년10개월을 넘어섰다. 이전까지 ‘최장수 장관’이던 박홍수 전 장관 임기(2년8개월)를 훌쩍 넘었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도 이 장관과 함께 3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차관이 유임되면서 1급(가급) 고위직들도 3년째 요지부동이다. 1급끼리 서로 자리만 바꾼 게 전부다. 오경태 전 기획조정실장(행시 27회)이 지난해 4월 차관보로 옮기면서 해당 자리에 있던 이준원 전 차관보(행시 28회)는 식품산업정책실장으로 수평이동했다. 다른 부처 1급 고위직이 평균 1년을 채우면 옷을 벗거나 위로 승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농식품부가 ‘인사 무풍지대’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승진이 비교적 늦은 기획재정부도 이미 행시 29회가 1차관(최상목), 2차관(송언석)으로 승진하면서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예산실장(박춘섭) 같은 핵심 1급 보직에도 행시 31회가 올라갔다.

본부 인사가 ‘스톱’되면서 외부 파견 중인 농식품부 관료들도 본부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농식품부 본부 고위직의 교체 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산하 기관장들도 덩달아 장수하고 있다. 차관급인 이양호 농촌진흥청장(행시 26회)도 곧 4년차를 맞이한다. 같은 시기 취임한 신원섭 산림청장과 전혜경 국립농업과학원장도 3년 동안 같은 자리에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역대로 본부 고위직이 유관기관장으로 옮겨 가면서 연쇄 교체인사가 이뤄지는데 현 정부 들어선 장·차관 등 고위직이 장수하면서 산하기관장들의 인사도 3년째 멈춰 있다”며 “여기에 관피아법까지 겹치면서 고위직 인사가 막혔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차관 출신인 김재수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 사장은 최장수 공공기관장(4년)이다. 역시 농식품부 1급을 지낸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도 2013년 9월 이후 2년5개월째 재직하고 있다.

환경부도 현 정부 들어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정연만 환경부 차관 역시 현 정부 출범 후 2년10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부 고위직이 자주 바뀌지 않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인사 적체라는 부작용 또한 나타나고 있다. 한 농식품부 공무원은 “장기간 인사 숨통이 막히면서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고 내부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심성미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