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업체 하이얼(靑島海爾)이 100년 전통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가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외신과 가전업계에 따르면 GE는 자사 가전사업부를 하이얼에 매각하는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으며 매각 가격은 54억달러(약 6조5000억원)로 발표됐다.

하이얼은 GE 가전사업부 인수 합의로 북미시장에서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를 단숨에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렉트로룩스도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려 했으나 미국 반독점 감독당국의 제동으로 무산된 바 있다.

국내 가전업계 전문가들은 하이얼이 두 가지 측면에서 GE 인수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 북미시장에서 GE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만큼 시장 점유율을 상승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얼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하이얼이 가전사업부를 가져간다는 건 결국 '미국의 GE'가 '중국의 GE'로 바뀐다는 뜻인데 GE의 브랜드파워가 예전처럼 먹혀들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GE는 북미 백색가전 시장에서 점유율 5위권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월풀이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 LG, 보쉬, 일렉트로룩스 등이 5위권 안에서 각축하는 양상이다.

유럽시장에서는 삼성, LG, 밀레, 보쉬 등에 밀려 GE가 힘을 쓰지 못한다.

전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하이얼은 그동안 주로 로앤드(중저가) 제품을 수출해왔는데 GE 브랜드를 붙이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구도를 만들 순 있을 것"이라며 "특히 GE가 강점을 지닌 양문형 냉장고, 빌트인 가전 등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얼의 또 다른 전략은 자국인 중국 내수시장에도 GE 브랜드를 갖고 '유턴(U턴)'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다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 가전 등의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확실한 인수 효과를 얻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얼이 미국을 대표하는 가전업체 중 하나인 GE를 노린 포석은 예전에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과 전략이 비슷해 보인다"면서 "하지만 레노버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잠시 모토로라 효과를 보는 듯 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하이얼 외에도 중국 전자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을 비롯한 중국 IT 전자시장도 점점 포화 상태에 도달하고 있다"면서 "중국 업체들도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제2, 제3의 하이얼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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