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기저귀나 밥솥에 필적할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바쿠가이(爆買い·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쇼핑을 하는 행위)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화장품'이다.

도쿄 긴자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백화점에서 일제 화장품을 대량 구입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화장품업체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줄이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인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사는 작년 4~9월 연결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4천118억엔(약 4조2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중국인들의 바쿠가이에 의한 수익증가 효과가 약 134억엔이었다.

영업이익도 36% 증가한 148억엔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해외사업은 61억엔의 영업적자다.

중국에서는 최근 몇년 과잉 재고 때문에 수익이 침체되고 있다.

우오타니 마사히코 사장은 작년 4월 사장에 취임한 이래 개혁을 단행해 재고량을 꾸준히 줄였다.

다만, 성급한 개혁으로 역효과도 있었다.

중국 현지 법인에서 1명의 영업사원이 여러 가지 브랜드를 담당하는 체제로 고쳐 성과 중시의 급여체계를 도입했는데, 8월 하순 이후 변화를 싫어한 현지 직원들이 대량으로 이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일련의 시책을 백지로 돌려야 했다.

우오타니 사장은 중국 사업에 대해 "중국의 풍습과 직원들의 사고방식 등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시세이도는 1981년 중국에 진출, 일본식 상담 판매에 나섰다.

이익률은 일시적으로 10%를 넘어 진출 기업의 모범 사례로도 꼽혔다.

중국 사업의 부진은 시세이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화장품 기업 코세는 작년 4~9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중국사업은 적자는 면했지만 매출은 현지통화 기준으로 17% 줄었다.

이 회사도 1988년부터 중국에 진출, 독자의 생산과 판매망을 구축해 왔지만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경제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화장품의 주요판로인 백화점 업계의 과당경쟁, 전자 상거래의 보급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현지 업체와 한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코세의 고바야시 가즈토시 사장은 "중국 시장이 격변했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 시작하는 등 영향으로 현지 생산품이 생각처럼 팔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브랜드 파워가 있더라도 수출에 특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사실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할 때에는 중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게다가 일일이 대량의 샘플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 업체 관계자는 "수출 신청 비용 뿐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각 화장품 회사는 일본식 상담 판매를 강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판로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사정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메디컬코스메틱' 회사인 '닥터시라보'가 작년 2월 중국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최근 중국시장 자체를 포기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일본 국내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중국은 앞으로도 소중한 시장이지만 진출 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