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3명이 창업한 주먹밥집 '웃어밥'…네이버 등 대기업에도 납품

[상권 (15)] 30만원으로 시작해 '연매출 4억'
이대역 5번 출구 옆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웃는 표정이 그려진 노란 간판을 만날 수 있다. 간판만큼이나 유쾌한 세 명의 청년들이 함께 차린 이곳의 이름은 ‘웃어밥’이다.

웃어밥의 시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웃어밥은 지난 2012년 5월 이대역 앞에서 주먹밥 노점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단돈 30만원이 창업자금의 전부. 점포를 구할 자금이 부족해 노점에서 먼저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4개월 뒤인 2012년 9월, 염리동에 이대 본점(1호점)을 오픈하며 첫 매장을 갖게 됐다. 현재는 을지로와 온수점까지 모두 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외에 충정로에 위치한 웃어밥 분점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형태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장에서 주먹밥을 판매하는 것 외에 대기업 납품도 시작했다. IBK기업은행 본사에는 조식으로, 네이버 라인 본사에는 구내 매점에 주먹밥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모두 더한 웃어밥의 현재 연 매출은 대략 4억원에 달한다.

◆ ‘따뜻한 주먹밥’ 만들려 새벽 4시에 일어나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 웃어밥의 최성호 대표(32)가 염리동에 첫 매장을 오픈할 당시의 창업자금이다. 전기나 수도 등의 공사는 직접 해결했기 때문에 인테리어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다.

최 대표는 “당시만 해도 함께 창업한 친구들이 모두 20대였기 때문에 창업자금이 부족했다”며 “더 많은 자금을 모으고 완벽하게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가진 것만으로 먼저 일을 시작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웃어밥의 첫 매장이 염리동에 자리하게 된 이유다. 임대 시세가 ‘당시 그들이 가진 돈으로 감당할 만큼’ 낮았던 것이다. 이대라는 거대 상권을 옆에 끼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염리동은 평범한 동네상권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시세였다.

‘빈손’으로 시작한 청년들의 주먹밥 장사가 이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최 대표는 가장 먼저 “손이 많이 가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고집”을 꼽았다. 웃어밥에서는 주먹밥을 판매하는 데 철칙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손님들에게 ‘따뜻한 주먹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밥을 짓는 이유다. 바쁜 걸음으로 출근길에 나서며 주먹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것이다. 보통의 주먹밥 가게들은 아침 장사를 위해 그 전날 주먹밥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 주먹밥은 바쁠 때 간단히 한 끼 때우는 음식이다. 그러니 밥이 온기를 유지하고 있는지 식었는지는 무심코 넘겨버리는 요소다. 최 대표는 이런 ‘작은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주먹밥 하나라도 가장 맛있는 밥을 손님들에게 내놓기 위한 그의 노력은 이것만이 아니다. 밥 짓는 쌀 하나를 고르기 위해서만 30여 종류의 쌀을 모두 직접 구매해 맛을 봤다. 제대로 쌀 씻는 방법을 배우려고 자비를 들여 일본의 장인들을 찾아가 ‘주먹밥 짓는 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밥을 할 때에도 대용량으로 지을 수 있는 전기밥솥이 아닌 압력솥만을 이용해 밥을 짓는다. 시간에 따라 불 조절을 해야 하고 뜸을 들여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고객들에게 더 차진 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늘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웃어밥의 ‘독특한 서비스’도 화제다. 웃어밥 매장 옆에는 ‘식사하셨어요?’라고 쓰인 간판이 놓여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직원들은 가게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외친다. 최 대표는 “주먹밥은 길거리음식의 하나이기 때문에 더욱 만드는 사람들, 파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중요했다”며 “노점에서부터 일부러 셰프복을 입고, 더욱 큰 소리로 웃으면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것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웃어밥에서 특히 신경쓰는 것이 다름 아닌 ‘직원 복지’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웃을 수 있어야, 그 음식을 맛보는 고객들도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 대표는 “초창기만 해도 직원들 모두 30만원 받고 일을 시작했다”며 “지금은 동종업계 평균만큼 월급을 올린 상태인데, 올해에는 그 이상으로 월급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주재익 인턴기자 jji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