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소비자에 '갑질'한 기업…사과의 기본 'CAP'도 몰랐다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으로 국민들에게 유명한 식품회사 명예회장이 구설에 올랐다.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이유에서다. 회장 장남이 대표로 있는 이 회사는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로 홈페이지는 마비됐고, 불매 운동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회사의 가맹점에서 배달 온 제품에 비닐조각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한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는데, 점장은 “큰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해하라”고 대답했다. 이어 “사람이 실수할 수 있지 티끌만 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약한 것 같다”며 소비자를 나무라기까지 했다.

분통이 터진 소비자가 전화 녹취 파일을 인터넷 올리자 사람들은 공분하기 시작했다. 본사는 부랴부랴 사과문을 게시했다. ‘해당 가맹점주가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가맹 본사는 해당 가맹점에 ‘영업 정지’ 조치를 한다고 했지만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본사는 하루 만에 ‘해당 가맹점의 폐점을 진행한다’는 두 번째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근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은 별개지만 공통된 특징과 이를 통해 얻어야 하는 교훈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회사 구성원 가운데 누구라도 상식을 벗어난 잘못을 하게 되면 회사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식품 회사 사건은 최고경영자가 직원을 인간 이하 취급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뒷얘기는 300개가 넘는 매장 가운데 하나의 가맹점 점장이 소비자에게 상식을 벗어난 대응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소비자들은 최고경영자의 행동이든, 수많은 사업장 중 하나에서 벌어진 사건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상식을 벗어났다는 판단이 들면 회사에 가차없는 비난을 퍼붓고 불매운동을 펼친다.

두 번째는 평소 고객에게 경영이념, 가치체계 등 여러 형태로 회사의 차별점을 강조한 회사는 이를 반드시 준수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직원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했다고 알려진 회사는 ‘사원을 가족처럼’이란 사훈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인간 이하의 대우를 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하자가 있는 제품에 대한 불만 소비자를 나무라기까지 한 치킨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최상의 서비스만을 약속합니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쓰여 있다.

세 번째는 문제가 발생하면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작년 소위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한 후 기업마다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프로세스를 구축한다고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기업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CAP에 따라 사과하라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다. ‘C’는 express concern으로 피해자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A’는 commit to action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의지를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P’는 offer perspective로 피해 보상에 대한 제안과 더불어 향후 개선과 관련한 계획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CAP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해야 하는 사과의 기본적인 틀이다. 그럼에도 두 회사 모두 소비자가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는 중대한 위기에도 이러한 CAP에 의한 사과는 없었다. 기업경영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우리 기업들은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그 이슈들이 가져 오는 폐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뿐인 경우가 많다. 실제 동일 혹은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면 이전에 잘못한 회사들의 전철을 밟는다. 교훈으로 받아들여 이를 우리 기업 내부에 완벽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정착시키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고리를 끊어야 한다.

박기찬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