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0% '덤핑'…가전업체들 위안화 하락 틈 타 해외시장서 TV 가격인하 공세
중국 전자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가격을 크게 내리며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전자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스카이웍스, 하이센스 등 중국 TV업체들은 최근 해외시장에서 판매하는 TV가격을 작년 중반보다 40% 안팎 내렸다. 작년 여름 중동시장에서 32인치 LCD TV는 한국 업체 제품이 200달러(약 24만원), 중국 업체 제품은 170달러(약 20만4000원) 선에 팔렸다. 한국 제품 가격은 거의 그대로인데 중국 업체들은 최근 이 제품 가격을 115달러까지 떨어뜨렸다. 작년 여름만 해도 중국 제품 가격은 한국 제품의 85% 수준이었으나 최근엔 57%로 낮아졌다. 가격 차이가 그만큼 벌어진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한 32인치 TV 품질은 한국 제품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가격이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덤핑’ 수준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수출보조정책이 잇달아 나온 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이 한계에 이른 것도 해외 판매가격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2014년 말 달러당 6.2015위안에서 지난 13일 6.5740위안으로 6%가량 하락(위안화 환율 상승)했다. 중국 기업들로선 수출 가격을 낮출 여력이 생겼다. 해외시장에서 가격공세를 펼칠 수 있는 요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이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내거는 것 역시 중국 기업의 수출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상하이시는 지난해 4분기 수출 규모가 100만달러를 넘어서는 기업에 50만위안을 주는 수출 장려책을 도입했다. 저장성의 푸장시는 작년 연간 수출 규모가 5000만달러를 초과하는 기업에 30만위안을 주겠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정부는 수출 기업에 부가가치세 17% 중 12%가량을 환급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수출 금지품목도 대폭 축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중국 수출이 예상치를 웃돈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각종 수출 장려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수출은 전월 대비 2.3% 늘어나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런 영향으로 한국과 중국의 세계 TV시장 점유율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4년 말 17%포인트 차이였던 한국과 중국의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4.5%포인트까지 좁아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적게 팔더라도 이윤을 많이 남기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만으로는 실적을 유지하기 힘들다. SUHD TV, OLED TV 등 고급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게다가 세계 경기 둔화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결국 한국 업체도 중저가 TV 가격을 어느 정도 내려야할 것”이라며 “출혈경쟁이 이어지면 이익률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