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 고령화와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에 맞춰 서민층 주거 안정 및 노후소득 확보를 돕기 위해 신(新)주택연금 제도 ‘3종 세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저소득 고령자층을 대상으로 연금액을 20% 늘린 우대형 상품, 주택담보대출을 주택연금으로 전환해 빚을 미리 갚고 연금을 받는 60대 이상용 상품, 집을 살 때 주택연금 가입을 약속하면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40~50대용 상품 등이다.
[경제부처 새해 업무보고] 월 45만원 받던 주택연금, '우대형' 갈아타면 월 54만원 받는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계부채의 질 개선 및 서민층 노후생활 지원 등을 위해 주택연금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생애주기에 맞춰 세 가지 종류의 연금상품을 올 2분기에 내놓을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저소득층과 서민층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2007년에 도입된 주택연금은 보유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로 역모기지로 불린다. 만 60세부터 신청할 수 있고, 집값이 시가 9억원을 넘으면 안 된다.

정부가 내놓기로 한 주택연금 상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대형 주택연금이다. 일반 주택연금보다 우대 금리를 적용해 가입자가 받는 연금을 최대 20% 늘려주는 게 장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해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해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주택가격 2억5000만원 이하, 연소득 2350만원 이하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취약계층에 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2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연소득이 2000만원인 A씨는 기존 상품을 통해선 매달 45만5000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지만 우대형을 선택하면 연금이 54만7000원으로 불어난다. 우대형 주택연금의 적용 기준을 비롯해 관계 법령 개정은 기획재정부, 국토부, 금융위가 조율 중이다.


주택연금 가입 예약제를 도입한다는 것도 새로운 내용이다. 45세 직장인 B씨가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장기 분할상환 조건)에서 1억5000만원을 20년 동안 빌려 3억원짜리 집을 장만할 때 주택연금 가입을 미리 약속하면 최대 0.1%포인트의 우대 금리 혜택을 줄 방침이다. B씨는 원리금을 성실히 상환한 뒤 60세 이후부터는 매달 42만원의 주택연금을 받는다.

정부는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만 60세 이상의 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는 주택연금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현행 제도에서도 가입할 수 있지만 일시 인출금이 연금 지급 총액의 50%로 제한돼 대출금 상환이 쉽지 않은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일시 인출금 비율을 70%로 높여 주택연금 전환과 함께 대출금을 전액 상환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3억원짜리 주택에 살면서 10년 뒤 일시에 갚아야 할 빚이 7500만원(연 3.04% 금리) 남았다고 가정하면 매달 이자 부담이 19만원이지만,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사라지면서 매달 26만원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

정부는 주택연금 3종 세트를 통해 주택연금 가입자를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주택연금 이용자는 작년 말 기준 2만5611가구로, 자가 주택을 보유한 60세 이상 고령층의 0.9%에 불과하다. 아울러 부동산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을 방지하면서 매달 받는 연금으로 소비 진작 효과까지 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주택연금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매달 노후 생활자금을 받는 금융상품(역모기지론). 가입 자격은 만 60세 이상의 주택 소유자이며 은행 지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보증이 필요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