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다시 금값되나…월가의 족집게 "30% 오른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금값이 앞으로 30%가량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1년 9월 정점 대비 반토막 수준인 금값이 바닥을 쳤다는 판단에서다. 새해 들어 중국 증시가 급락하고 일본 증시도 14일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 것과 관련이 깊다.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은 그만큼 시장 불안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온스당 1400달러 갈 것”

CNN머니에 따르면 군드라흐 CEO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 ‘저스트마켓’에 출연해 “금값이 앞으로 온스당 14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금값(현물 13일 종가 기준 온스당 1093달러)보다 약 30% 오른다는 뜻이다.

군드라흐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최근 시장 흐름을 맞힌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군드라흐가 2014년 유가 폭락 및 작년 상반기 추가 폭락을 예측했고, 물가상승률이 별로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으며, 투기등급 부실채권(정크본드) 시장이 붕괴한다고 내다봤는데 상당수 들어맞았다고 보도했다. 군드라흐는 850억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데, 채권 비중이 높은 데다 수익률(작년 2.3%)이 좋아 ‘신(新)채권왕’으로 떠올랐다.
금, 다시 금값되나…월가의 족집게 "30% 오른다"
◆“금융위기 또 올라” 불안

장기 추세로 봤을 때 금값은 하락세다.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상승했던 금값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1년 9월 온스당 1898달러까지 뛰었다. 2013년까지는 온스당 1600~1800달러에서 오갔지만 이후 1000달러대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올해부터다. 지난 4일 중국 증시는 새해 거래 첫날부터 폭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 말 온스당 1061달러로 마감했던 금값은 불과 4거래일 후인 지난 7일 온스당 1107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이후 소폭 조정됐다. 하지만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세계 금융시장 혼란이 2008년 금융위기를 연상케 한다”고 하는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크게 강해졌다. 이런 이유로 금값이 조만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달러 강세 완화도 호재

작년 12월17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린 뒤 달러 강세가 오히려 주춤해진 것도 금값이 오르는 원인이다. 당시 재닛 옐런 Fed 의장은 향후 금리 인상이 점진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올해 Fed가 금리를 조금 올린다는 계획이 지난해 달러 강세에 미리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올해 달러가 약세는 아니더라도 작년만큼 강세는 아닐 것이란 얘기다.

이는 금값에 호재다. 달러가 강세를 띨수록 상대적으로 금값이 낮게 표시되는데 이같은 마이너스 효과가 덜하기 때문이다. 또 여러 ‘안전자산군(群)’ 가운데 달러 투자가치가 약하게 평가받을수록 금의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올 들어 엔화를 제외한 대부분 통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띠었지만 달러인덱스는 0.3%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 기간 금값이 4.3%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군드라흐 CEO는 “유럽의 마이너스 국채에 투자하는 것보다 금이 낫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머니는 그가 작년 초에도 ‘온스당 1400달러’를 주장했다고 환기시켰다. 그의 주장처럼 가파르게 상승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뜻이다.

되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마크 키넌 소시에테제네랄 원자재분석가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금값이 올해 4분기 온스당 955달러까지 12%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