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에 꼬여버린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1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유일호 경제팀’의 첫 공식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첫 언론간담회이기도 했다.

전반적인 경제정책을 묻고 답하는 자리였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한·일 통화스와프(맞교환)에 쏠렸다. 이날 산케이신문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요청하면 일본은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라고 보도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일 통화스와프를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이날 “당장 한·일 통화스와프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유의 모호한 화법을 쓰지 않았다. 그는 “일본이 먼저 하자고 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우리가 먼저 요청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680억달러에 달하고 순대외채권도 3000억달러를 넘어 한·일 통화스와프를 서두를 때가 아니라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통화스와프는 만약의 위기에 대비한 ‘보험’이다. 한국 입장에선 전혀 손해볼 게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일찌감치 체결됐지만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작년 2월 종료됐다.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일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위안부 타결 후 논란이 가열되면서 상황이 꼬여버렸다. 민감한 시기에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대일(對日) 외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가 지난해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라며 제기한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