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vs 글로벌 투자자, '환율 전쟁터' 된 홍콩
이번주 들어 홍콩 은행 간 위안화 자금 시장에서 유례없는 시장금리 폭등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주말 연 2%대에 불과하던 은행 간 위안화 시장금리(1일물 기준)가 불과 사흘 만에 60%대로 치솟았다. 시장금리가 이상 급등한 배후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있었다.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인민은행이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매도, 위안화 매수’ 개입을 단행하면서 시중의 위안화 유동성이 씨가 말랐고, 이 여파로 시장금리가 수직상승한 것이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이 인민은행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벌이는 환율 전쟁의 ‘그라운드 제로’가 됐다”며 “인민은행이 ‘충격과 공포’ 요법을 동원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의 ‘충격과 공포’ 요법

지난주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위안화 가치는 연말까지 계속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그동안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던 중국 인민은행이 새해 첫 거래일인 4일부터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대폭 높여(위안화 평가절하) 고시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추가 절하에 베팅했다. 이 여파로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7위안대까지 떨어졌다.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본토 시장과의 환율 격차도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 역외시장에서의 위안화 가치 급락은 본토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 하락을 촉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인민은행, 환율 전쟁 1라운드 승리

인민은행은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환율 전쟁 주무대로 홍콩 역외 외환시장을 선택했다.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 급락을 방치해서는 위안화 추가 절하에 대한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8일부터 중국은행 공상은행 등 대형 국유상업은행 홍콩 지점을 동원해 미국 달러화를 대거 내다 팔았다. 이 과정에서 홍콩 은행 간 시장에 풀린 위안화 자금은 이들 중국 대형 은행이 모두 흡수했다. 홍콩 은행 간 위안화 자금 시장의 금리는 원래 연 2~5% 사이에서 움직여왔다. 그러나 11일 연 13.39%로 뛰었고, 12일에는 연 66.81%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 6일 달러당 6.6964위안까지 하락했던 위안화 가치도 상승세로 돌아서 13일에는 6.5743위안(오후 3시 기준)을 기록, 본토 외환시장(6.5729위안)과 비슷해졌다. 일시적으로 더 높아지기도 했다.

홍콩 시장은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가 없어 헤지펀드들이 마음껏 하락에 베팅하기 때문에 통상 본토 외환시장보다 위안화 가치가 낮게 유지돼왔다. 그런데 중국 당국의 지속적 개입으로 홍콩 역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가치가 역내보다 높아진 것이다.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으로 헤지펀드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들은 그동안 홍콩 은행 간 시장에서 조달한 위안화 자금으로 미 달러화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추가 하락에 따른 차익을 얻었다. 그런데 시장금리 급등으로 위안화 자금 조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위안화 가치의 상승 전환으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시장 개입으로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자신이 ‘보스’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윌슨 챈 홍콩시티대 경영대학 교수는 그러나 “인민은행과 글로벌 투자자들 간 환율 전쟁은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며 “최근 외환보유액이 급감하고 있어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이 일단락되면서 홍콩 은행 간 시장금리는 13일 연 8.31%로 떨어졌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