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주 고객은 젊은 소액 투자자

영화나 만화에 등장했던 로봇이 산업용을 거쳐 이제는 우리 생활 주변에도 성큼 찾아오고 있다. 2030년에는 로봇이 각 가정에 배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제한적이지만 인간의 감성을 맞춰 주는 로봇도 시험적으로 시판되고 있다.

로봇은 외형 구조와 이를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로봇의 핵심 기능은 바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된다. 본질적으로 정보기술(IT)이 로봇 산업의 핵심 영역인 셈이다.

이젠 금융 서비스 영역 중 자산 관리 영역에도 로봇이 진출하고 있다. 이를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라고 부른다. 위키피디아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온라인에서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금융 자문업자의 한 종류로, 기존의 업계나 금융 이론에서 사용되는 투자 이론을 토대로 하는 알고리즘 기반의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정의한다.
로봇아, 내 돈을 부탁해
주로 ETF 등 인덱스 상품에 투자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한 수수료를 들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위험 선호 형태 자료에 기반해 전략적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자동화된 투자를 실행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포트폴리오 투자를 실행하기 때문에 투자 자문 횟수가 증가해도 건별 비용이 감소하는 비용 체감의 법칙이 작동한다. 이 때문에 수수료를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 대상이 주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를 추종하는 상품과 수수료가 낮은 상품이라는 점도 수수료가 저렴한 또 다른 원인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자산 관리 비즈니스 모델에서 소외될 수 있는 소액 투자자들도 자산 관리 서비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는 주로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다. 대면 접촉을 통한 라이프 플래닝이나 개별 투자 건에 대한 세밀하고 구체적인 대응 은 아직 힘들다. 또 기존의 자산 관리 서비스는 인덱스 추종 상품 외에도 대체 투자 상품, 부동산 및 파생 상품 등 다양한 상품군에 투자할 수 있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아직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포트폴리오 관리는 대체로 전통적인 투자 이론에 기반을 둔 ‘자산 배분 모델’을 따른다. 이에 따라 투자 대상이 ETF나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 주식만을 포함하며 관리하는 투자 대상도 20여 개 수준에 머무른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태동한 미국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미 증권감독원(SEC) 및 AT커니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 관리 시장점유율은 0.5%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시장의 선두인 웰스프런트와 베터먼트는 각각 26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해 선두를 형성하고 있다. 이어 퍼스널 어드바이저(15억 달러)와 모틀리풀(7억 달러) 등의 자문사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들 업체의 평균적인 수수료는 0.3% 수준으로 파악된다. 기존 자산 관리 시장에서 소외된 소액 투자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기존 투자자들보다 나이가 어린 젊은 사회 초년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및 IT 환경에 익숙하다.

국내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KDB대우증권·서미트투자자문·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블랙넘버스투자자문 등이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위해 전문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와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자산 운용 시장의 개척을 원하는 증권사·자문사와 핀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룰을 만들고자 하는 업체의 만남이다. 기존 금융회사들이 자산 관리 분야에서 IT 투자가 미약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국내 증권사·운용사도 속속 출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저렴한 수수료 기반의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시장과 전문적인 수준의 자산 관리 영업의 중간에 자리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기존 자산 관리 시장에서 수수료에 민감한 고객을 빼앗아 올 수 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낮은 수수료를 감안할 때 기존의 자산 관리 업체의 이익을 넘어서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물론 로보어드바이저의 영역이 지금과 같이 자산 배분에 기반한 포트폴리오 관리와 인덱스를 추종한 단순한 투자만으로 계속 한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의 기초가 되는 ETF 상품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인덱스 상품을 넘어 액티브형 ETF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원자재·부동산 등으로 상품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즉 투자 자산 자체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초과 수익 창출의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포트폴리오 관리 이외에도 은행 및 타 금융권의 기타 금융 상품을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서비스 제공할 수도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 투자 업계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바로 ‘데이터의 축적’ 때문이다. 증권사나 자산 운용사는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금융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또한 한 번 비용이 투입되고 나면 사용자 수가 늘어나도 비용이 늘지 않는 IT 서비스의 특징을 감안하면 낮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금융 투자 업계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일정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단기적으로 보면 인간의 개입이 차단된 자산 관리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자산 관리나 투자와 비교해 큰 성과를 내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가 일종의 IT 상품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테슬라의 전기차나 애플의 아이폰처럼 특정 혁신 제품이 ‘변곡점’을 돌파한다면 한순간에 급속도로 대중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의 진화, 비대면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가상현실의 적용, 자산 관리에 대한 수요층의 존재, 빅 데이터의 축적과 이를 분석하는 기술의 발전은 여타 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할 것이다. IT에 기반한 산업의 성장곡선은 통상적으로 임계치를 지나면서 가파르게 상승한다. 멀어만 보이는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이 한순간에 성큼 올 수도 있다.

이용 KTB자산운용 해외투자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