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을 줄이기 위해 통장 발행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통장 개설이 힘들었던 주부나 취업준비생 등도 통장을 발급받을 길이 열린다. 또 여러 카드회사의 신용카드를 함께 분실했을 때 일괄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금융상품 가입 시 본인의 녹취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금융회사 소비자담당 실무자를 통해 접수한 현장 건의사항에 대한 검토를 거쳐 이 같은 소비자편의 제고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소비자 불만이 많은 통장 개설 절차를 일부 완화할 방침이다.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해 7월 시행되면서 대포통장 발행이 많은 금융사 임직원이 징계를 받게 되자 은행들은 통장 개설 시 금융거래목적 확인 증빙서류를 요청하는 등 엄격한 내부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공과금 계좌를 개설하려면 공과금 영수증을, 모임용 계좌는 구성원 명부 및 회칙을, 아르바이트 급여계좌는 고용주의 사업자등록증과 근로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했다.

금융위는 금융거래목적 확인서 및 관련 증빙서류 제출이 불가능해 통장 개설이 어려운 소비자에게는 금융거래 범위 및 한도를 설정한 예금계좌를 개설해 주도록 할 방침이다. 대포통장으로 사용할 수 없게 창구 100만원, 자동화기기 및 전자금융 30만원 등으로 인출 한도를 제한하되 2~3개월 뒤 거래 목적이 명확하면 거래 제한을 풀어주는 형태다. KEB하나 국민 우리 신한 등 네 개 은행이 거래 범위를 제한한 통장을 개설해주고 있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

여러 장의 신용카드 분실신고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전화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이뤄지는 녹취를 소비자가 희망하면 들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소비자의 건의사항을 듣기 위해 이날 금융소비자 및 금융회사 소비자담당 실무자 128명을 현장메신저로 위촉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