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한계기업에 국내 시장 포화…해외로 눈 돌려
우리은행 해외네트워크 300곳…국민은행은 지점 전환 박차


올해 국내 주요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100곳 이상 늘어난다.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여신 늘리기가 만만치 않은 데다가 인터넷전문은행 출현과 계좌이동제 본격화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은행들이 '팍팍한'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10일 각 은행에 따르면 우리·KEB하나·신한·국민·농협 등 5대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올 들어 120여 곳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은행 중 해외 네트워크 수가 가장 많은 우리은행이 가장 공격적이다.

18개국에서 205곳의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한 우리은행은 올해 95곳을 늘려 300곳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베트남과 인도에 은행 법인을 신설하고, 미국·인도네시아 법인과 인도 지점 산하에 사무소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필리핀의 저축은행 인수와 라오스 진출도 타진 중이다.

동남아 지역에는 마이크로 파이낸스(소액대출), 저축은행, 할부금융 등 비은행업을 중심으로 먼저 진출해 네트워크를 확보한 후 은행을 진출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양적 성장과 동시에 다양한 현지 리테일 영업 전략을 통해 수익성도 챙겨나갈 것"이라며 "해외 점포의 심사, 성과관리, 내부통제 등을 전문적으로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현재 126곳인 해외네트워크를 올해 18개 확충해 144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선 멕시코에 현지법인을 신설한다.

인도 구르가온지점을 신설하고 인도네시아와 중국법인의 지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체코·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크게 발전하고 있는 인도의 마이크로 파이낸스 시장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현지 업체 인수를 추진한다.

필리핀 저축은행 인수도 노리고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부문은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성장시장에서 현지 리테일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국내 및 해외 영업점과 관계사 간 연계영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활동성 고객 수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내실있는 글로벌 진출을 꾀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는 지점 4곳, 법인 4곳 등을 포함해 모두 19곳이다.

국민은행은 '확장'보다는 '내실'에 방점을 두기로 해 올해 추가 증설하는 곳은 없다.

대신 기존 사무소의 규모를 키워 지점이나 현지법인으로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상하이 지점을 개점한 국민은행은 올해 홍콩법인과 뭄바이사무소를 각각 지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천개가 넘는 방대한 국내 네트워크망에 견줘 헐겁고 느슨했던 해외 네트워크망을 좀 더 촘촘하게 짜겠다는 취지다.

뉴욕지점과 베이징·하노이 사무소 등 모두 3곳의 해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NH농협은행도 해외지점망 확대를 위해 뛰고 있다.

우선 베이징·하노이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국내인가 및 현지인가 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중국에는 올 하반기에 지점 전환 신청을 낼 예정이다.

아울러 발전이 예상되는 인도에도 대표 사무소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미얀마·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법인 인수, 지분 투자 등을 탐색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모회사인 농협금융은 중국의 공소그룹과 손잡고 중국에 합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농협금융은 올해 연말까지 인터넷대출은행, 내년까지는 손해보험회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앞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19개국 140곳에 해외네트워크를 보유한 신한은행은 호주에 지점을 세우고, 멕시코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올해 10개의 해외 네트워크망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고동욱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