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물량은 중국 절반·영업 적자 8조…한국 조선 '벼랑 끝 위기'
해양플랜트사업에서 발생한 부실로 지난해 ‘어닝쇼크’를 겪은 한국 조선업계에 수주 가뭄이라는 또 다른 악재가 등장했다. 한국 조선사의 지난해 수주량은 중국에 밀려 세계 2위에 그쳤다. 특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가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2분기 이후 수주량이 급감했다. 하반기 수주량만 비교하면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와 내년에도 매출 감소 등 실적 악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반기 수주량 중국의 절반

7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해 1015만CGT(표준환산톤수·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를 수주했다. 1위 중국(1025만CGT)보다 10만CGT 적었다. 일본은 같은 기간 914만CGT를 수주해 3위를 기록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0.3%, 30%, 27.1%였다. 중국은 2012년부터 4년 연속 수주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과의 수주량 격차는 2012~2014년에 비해 줄었지만, 하반기 수주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게 문제다. 중국 조선사는 지난해 하반기 692만CGT를 수주했다. 같은 기간 한국 조선사의 수주량은 절반도 안 되는 342만CGT에 그쳤다. 일본(442만CGT)에도 뒤졌다.

수주량 격차는 연말로 갈수록 더 벌어졌다. 11~12월 한국과 중국의 수주량은 각각 31만CGT, 248만CGT였다. 중국의 수주량이 한국의 8배나 됐다. 지난해 12월 한국 조선사의 수주량(11만CGT)은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6월에는 한국의 수주량이 중국의 두 배 수준이었는데 하반기 들어 역전됐다”며 “조선 빅3가 나란히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소극적인 영업을 해 수주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조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유조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기 시작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은 한국의 대형 조선사가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조선사에 시장 일부를 내주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16.5%, 2014년 21.6%, 2015년 27.1%로 상승세를 보였다.

‘빅3’는 8조 적자, 한진重은 자율협약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사의 적자가 사상 최대인 8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4년 실적까지 더하면 적자 규모는 10조원이 넘는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3조399억원, 1조21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해양플랜트사업에서 발생한 손실과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한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한 결과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1조5481억원,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해양플랜트사업 부실이 문제였고, 3분기에는 해양플랜트 계약 취소가 발목을 잡았다. 현대중공업은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빅3의 적자 규모는 모두 7조931억원이다.

증권업계는 대우조선이 지난해 4분기에도 약 5000억원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3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조선사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한진중공업은 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했다. 한진중공업은 알짜 자회사 상장 및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100% 자회사인 대륜E&S를 상장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방안을 포함해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 제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대륜E&S를 상장하면 한진중공업이 2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보유 중인 서울 동서울터미널 건물과 부속토지, 인천 북항 부지 등의 매각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이들 자산의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약 2조5000억원 규모다. 채권단은 다음주 회의를 열어 자율협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은 금융권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위기상황이 쉽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