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봉 일광메탈포밍 대표(앞줄 왼쪽 첫 번째)가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가운데)에게 패널 자동화 생산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윤석봉 일광메탈포밍 대표(앞줄 왼쪽 첫 번째)가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가운데)에게 패널 자동화 생산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윤석봉 일광메탈포밍 대표는 1996년 나이지리아 건축자재 업체와 가격협상을 벌였다. 새벽 2시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값을 깎던 상대방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마지막 순간에 윤 대표가 그를 붙잡았다. 밑지는 장사였지만 제안을 받아들이고 납품하기로 한 것. 15만달러 규모의 첫 해외 수출이 이뤄졌다.

20년이 지났다. 지난해 일광메탈포밍은 243억원의 매출을 해외에서 거뒀다. 현재 70여개국에 수출한다. 전체 매출의 92%다. 윤 대표는 “제 살 깎는 심정이었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며 “품질로 인정받으면 규모는 금세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7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샌드위치 패널 생산설비업체 일광메탈포밍을 방문했다. 수출 강소기업에서 내수 침체의 탈출구를 찾자는 취지다. 이 회사 후처리 공장을 둘러보던 박 회장은 “생산설비가 규모나 위생 관리 면에서 탁월하다”며 “같은 기업인으로서 본받을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해외서 얻은 기술로 수출 확대

일광메탈포밍 "푸대접 받으며 배운 기술이 70개국 수출 원동력"
일광메탈포밍은 건축용 샌드위치 패널을 생산하는 설비를 제작한다. 샌드위치 패널은 방한 방습 소재 표면에 금속 플라스틱 등 내구성이 강한 자재를 감싸서 만든 특수 합판이다. 이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2~3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헤네케, 이탈리아 OMS그룹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지만 기술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2004년 그라스울 패널, 2008년 폴리우레탄 패널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스티로폼 제품이 환경 규제로 사용이 금지되면서 매출이 순식간에 증가했다. 2011년에는 시멘트 패널을 제작하는 설비를 최초로 자동화했다. 이듬해 2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1988년 창업 이후 윤 대표는 꼬박 3년간 제품 개발에만 매달렸다. 겨우 제품을 내놨지만 불량률이 높았다. 10개 중 5~6개는 못 쓰는 제품이었다. 그는 “포기하고 싶었다”며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회사 밖에서 기술을 배워오자고 마음먹었다. 관련 업체를 찾아다녔지만 그들은 냉담했다. 하는 수 없이 기술을 배울 때마다 500만~1000만원씩 지급했다. 10개월을 그렇게 돌아다녔다. 1992년 새로운 샌드위치 패널 생산설비를 내놨다. 반응이 좋아 1주일에 한 대꼴로 팔려나갔다. 2000년까지 총 350여대가 팔렸다. 연 매출이 80억원대로 늘었다.

1990년대 말 수출이 본격화되면서는 해외에서도 기술을 배워왔다. 독일 이탈리아 등지로 다시 발품을 팔았다. 윤 대표는 아직도 매출의 10%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그는 “기술을 배울 당시에는 푸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승자”라며 “앞으로도 그런 자세로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中企 수출 전초기지 마련해야

이날 현장 방문에는 박 회장을 비롯해 민남규 자랑스런중소기업인협의회장, 장경동 남동공단경영자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가 열렸다. 화두는 중국과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었다. 윤 대표는 “중국은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 중 하나”라며 “정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전초기지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 회장도 “중국을 비롯해 유럽 등 신흥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업체들이 차별화된 기술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일광메탈포밍과 같이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업종별 산업별로 전문화를 추진해 현장과 정부정책의 간격을 중소기업중앙회가 메우겠다”고 말했다.

인천=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