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작년 1-9월 러시아의 빈곤인구는 전년 동기보다 230만 명 증가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은행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현재 상위 10%의 부유층이 국내 가계자산의 약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의 편중이 미국이나 중국보다 심한 것으로 평가됐다.

러시아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1-9월 러시아의 빈곤인구는 2천30만 명이다.

이는 인구의 14.3%가 빈민기준인 월 9천673루블(약 16만 원) 이하의 수입으로 생활한다는 이야기다.

러시아 여론조사센터가 지난달 중순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 옷을 살 여유가 없다"고 답한 가구가 39%에 달해 1년 전의 1.7배로 늘었다.

작년 9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0%가 "지난 15년간 빈부격차가 확대됐다"고 대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작년 12월17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경제위기는 정점을 지났다"고 호언했으나 수도 모스크바에도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연금생활자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

회견에서는 정권 상층부 인사들의 자식 등 '특권계급'이 출현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위기 등 외교적 갈등으로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터키 등으로부터 식료품 수입을 금지한데 따라 작년 연간 물가상승률은 잠정 12.9%로 나타나 13.3%를 기록한 2008년 이래 가장 높았다.

이런 물가상승은 원유가 하락과 서방의 경제제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빈곤층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