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절함
개각 때마다 장관후보 올랐으나 고배…그럴수록 이를 악물고 일에만 매진

(2) 방대한 독서
차관보서 물러난 후 수백여권 독서…지금도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

(3) 비전 공유
돈 수출·역샌드위치론·제6의 물결론…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
장관은 안됐지만 '산업부 빅3 공기업' 사장 섭렵…한전 사장 연임 성공한 조환익의 경쟁력

한국전력, 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빅3’ 공기업 사장직을 모두 섭렵한 사람이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사진)이다. 그는 한전 사장 연임에도 성공했다.

정부 관계자는 5일 “지난달 3년 임기가 만료된 조 사장을 연임시킬 방침”이라며 “다음달께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면 연임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한전 사장이 연임한 것은 8대 박정기 사장(1983~1987년 재임)과 11대 이종훈 사장(1993~1998년) 등 두 번뿐이었다.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으로 올해 67세인 조 사장이 왕성한 현직으로 남아 있는 비결은 뭘까. 조 사장 주변 사람들은 △간절함 △다독(多讀) △탁월한 비전 공유를 통한 조직 관리가 그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간절함이 만들어낸 성과

행정고시 14회 출신인 조 사장은 개각 때마다 산업부 장관 후보에 이름이 오른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 후보자(행시 26회)가 내정된 최근 개각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장관 자리에 오르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산업정책국장, 무역투자실장, 차관보, 차관 등 ‘산업부 장관 코스’를 밟아온 그는 후배들이 장관이 될 때마다 눈물을 삼켜야 했다. 주변 사람들은 “조 사장은 장관이 안 된 게 오히려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입각에 실패할 때마다 낙담하기보다 이를 악물고 자신이 맡은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그를 잘 아는 후배 공무원의 설명이다.

그는 한전 사장에 재직하면서 밀양 송전탑 사태, 전력 수급 안정 등 굵직한 이슈를 모두 해결했다. 한전의 ‘숙원 과제’였던 전기요금 인상도 성공시켰고,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를 매각해 재무구조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조 사장은 “방만경영 딱지가 붙었던 한전을 재무적, 도덕적으로 건강한 회사로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르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독서

조 사장은 ‘독서광’으로도 유명하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걸려 있는 그의 프로필 사진이 책 읽는 모습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조 사장이 독서에 빠지기 시작한 건 2000년 산업부 차관보에서 용퇴하고서다. 그는 “2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했으니 집에 저축이라도 좀 있는 줄 알았는데, 빚만 5000만원 있었다”며 “나 자신이 달라져야겠다는 절박함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제·경영, 인문학, 소설, 수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주요 조간신문은 한 줄도 안 빼고 다 읽고, 좋은 칼럼은 스크랩했다. 조 사장은 그때 읽은 수백권의 책을 바탕으로 신문에 기고를 시작했다. 그의 글은 서서히 인정을 받아 여러 신문에서 고정 칼럼 청탁이 들어왔다. 그렇게 이름을 다시 알리면서 한국산업기술재단(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사무총장 자리에 갈 수 있었다.

지금도 그는 1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 최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는 토니 세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에너지혁명 2030》을 꼽았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설명한 책으로 한전의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쉬운 말’로 직원들과 비전 공유

산업부 관료들은 “조직의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직원들을 이끌어가는 경영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그를 평가한다. 조 사장이 2001년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에 부임할 때 이 조직은 직원 20명에 연간 예산이 20억원에 불과했다. 그는 사무총장이 되자마자 ‘산업인력 양성’이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2년 반 뒤 그가 재단을 떠날 때 직원 수는 10배, 예산은 100배로 커져 있었다. 산업기술진흥원의 인력 양성 전문성은 교육부에서도 인정받았다.

수출보험공사(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때는 한국 돈을 해외에 투자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돈수출’, KOTRA 사장을 지낼 때는 품질·가격을 종합 평가하면 한국 기업의 상품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더 낫다는 ‘역(逆)샌드위치론’을 주창했다. 한전에서는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세계 경제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제6의 물결론’을 내놨다. 조 사장은 “올해엔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고,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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