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LA까지 2시간 안에…초음속 항공기 시대 열린다
영국 롤스로이스사는 지난해 12월 초음속 항공기 엔진 개발에 착수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롤스로이스 측은 미국 초음속 사업용 항공기 회사인 에어리언에 엔진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에어리언은 유럽의 에어버스와 공동으로 최고 마하 1.5 속도로 날아가는 초음속 항공기 AS2를 개발하고 있다. 서울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사이를 5시간15분 만에 날아간다. 롤스로이스는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의 엔진을 개발한 회사다.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사이를 3시간 반에 날아가는 이 항공기는 9·11 테러와 추락 사고 등 온갖 악재로 이용객이 줄면서 2003년 퇴역했다. 이후에도 각국이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나섰지만 번번이 좌초됐다.

최근 들어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잇따라 개발 계획을 내놓으면서 초음속 항공기 관련 업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술 면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보잉사와 공동으로 무인비행체인 X-51을 개발하고 2013년 약 210초간 마하 5 속도로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극초음속 비행 가운데 최장 비행 시간이다. 지난해 100일간 우주궤도에 머물다 돌아온 보잉 X-37B는 최고 속도가 마하 25에 이른다.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는 10~20년 안에 도쿄에서 싱가포르까지 3시간 반에 날아가는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 유럽 에어버스는 ‘제2 콩코드 시대’를 열기 위해 파리와 뉴욕을 1시간에 잇는 ‘콩코드-2’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초음속 항공기에는 우주발사체에 사용하는 로켓 엔진이나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한다. 일반 항공기에 사용하는 터보제트 엔진으로 일정 고도까지 올랐다가 기체 뒤에 부착한 로켓 엔진을 점화해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방식이다. 각국은 무엇보다 초음속 항공기의 한계로 지적되는 소음과 연료비 문제를 푸는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굉음인 ‘소닉 붐’ 현상을 해결할 과제를 안고 있다. 막대한 연료 소비를 줄이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콩코드의 좌석값은 일반 여객기에 비해 5배가량 비쌌다. 항공기가 초음속으로 공기층을 뚫고 나갈 때 연료를 그만큼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초음속 항공 여행 시대가 5~10년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항공우주연구소(DLR)에 따르면 2015년 3000만명 수준에 머무른 전 세계 프리미엄 여행객은 2025년 500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초음속 스크램제트 엔진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