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거친 개혁' 1순위는 '성과주의 확산'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이 금융권을 향해 인사·보수·교육·평가 전반에서 보신주의와 연공서열 관행을 탈피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임 위원장은 3일 신년사를 통해 “선진 금융 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가 금융산업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위 안팎에선 임 위원장이 ‘거친 개혁’의 핵심 과제로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앞으로는 규제완화 차원의 ‘착한 개혁’을 넘어 반대 목소리가 있더라도 설득하고 관철해 가는 ‘거친 개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주목받았다. 금융위는 성과주의 확산 외에 금융업권별 칸막이 해소와 우리은행 주인 찾기를 올해 핵심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임종룡 '거친 개혁' 1순위는 '성과주의 확산'
성과주의는 개인별 성과에 따른 인사 및 보수 차별화가 핵심이다. 선진금융 도약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게 임 위원장 생각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노조 반발이 있더라도 설득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일 안 하고도 높은 임금을 받는 ‘지포차(지점장 되기를 포기한 차장)’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선 금융회사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장 승진을 포기한 채 차장으로 정년퇴직하겠다는 이들이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업권별 칸막이 완화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은행에 대한 투자일임업 허용 등 그동안 금융업권 간 다툼 때문에 뒤로 미뤘던 문제들을 선진 금융 도약 및 금융경쟁력 제고의 관점에서 풀어가기로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방안과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를 인가하는 방안을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은행·증권·보험 등의 업권별 고유 상품은 인정하되 상품 판매에선 장벽을 없앤다는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위원장이 꼽는 또 다른 개혁 과제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포함한 정부 출자 금융회사의 조속한 매각이다. 임 위원장은 “우리은행 주인 찾기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성사시킬 것”이라고 최근 간부회의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다섯 번째 추진되는 우리은행 민영화는 중동계 국부펀드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성사 여부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주가가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산업은행 금융자회사인 대우증권 매각을 관철시켰다. 올해는 산업은행 비금융 자회사들도 정상화 즉시 매물로 내놓을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른 정부 출자 회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