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연구원장들은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016년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속담, 사자성어’를 묻자 ‘거기부정(擧棋不定)’이라고 답했다. 바둑을 둘 때 포석(布石)할 자리를 결정하지 않고 둔다면 한 집도 이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권 원장은 “한계기업 증가와 수출 부진, 가계부채 급증 등 ‘누란지위(累卵之危)’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수를 풀어가다간 경제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석고’라는 단어를 꼽았다.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이 딱딱한 석고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설명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빠지지 않았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말만 그렇게 하고 있어선 해결될 게 없다”며 “똑같은 사안을 두고 뒤집어보면 나쁜 면이 좋은 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을 고른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도전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깊은 우물은 가뭄을 타지 않는다”는 말로 사자성어를 대신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면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올해의 단어로 ‘전환기(轉換期)’를 고른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산업과 경제체질이 구조적으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