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강자’로 부활한 독일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독일처럼 학생들이 일하면서 배우는 도제식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기업에 주는 보조금을 1500파운드(약 260만원)로 전년 대비 50% 올려줬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노골적으로 “우리는 좀 더 독일인처럼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존 크리드랜드 산업경제인협회 사무총장은 “영국판 미텔슈탄트(독일 중견기업)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라트비아, 슬로바키아는 직접 독일 정부와 협약을 맺고 독일식 직업교육 과정을 들여왔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도 열성적으로 독일을 배우고 싶어하는 국가”라며 “마이스터고를 설립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중소·중견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을 둘러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히든챔피언은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만든 용어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 시장에서 1~3위를 차지하는 강소기업을 말한다.

독일식 직업훈련을 도입하거나 미텔슈탄트를 배우려 하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독일의 도제식 직업교육은 3년 동안 기업에서 일하면서 매주 하루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영국에선 재규어나 랜드로버 등 일부 대기업에서만 제대로 시행될 뿐 도입을 시도한 대부분 기업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식 직업교육이나 미텔슈탄트는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 인식, 학교와 기업 관계 등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