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부 하노이 인근에 있는 타이응우옌성 옌빙의 삼성전기 베트남 공장. 넓은 공터가 우선 눈에 띈다. 축구장 8개를 합친 규모(5만㎡)라고 한다. 이곳은 2년 전만 해도 녹차밭이었다. 삼성전기는 2017년께 공장 증설을 위해 이곳을 확보해 뒀다. 이곳을 삼성전기의 세계 최대 생산기지로 키우기 위해서다. 진연식 삼성전기 베트남법인장은 “처음에는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 때문에 베트남을 주목했는데, 요즘은 빠르게 구축되는 생산 인프라와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외국 기업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라면 엄두도 못 낼 규모의 생산기지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세계의 생산기지'로 뜨는 베트남'] 속전속결 인프라, 광활한 공장, 젊고 싼 노동력…한국서 '갈증나는 세 가지' 베트남이 채워줘
◆베트남, 올해 사상 최대 기업투자 유치

['세계의 생산기지'로 뜨는 베트남'] 속전속결 인프라, 광활한 공장, 젊고 싼 노동력…한국서 '갈증나는 세 가지' 베트남이 채워줘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한국 기업만이 아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도 베트남을 새로운 생산기지로 삼고 있다. 올해 베트남에 대한 외국 기업의 투자금액은 271억71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219억2100만달러)보다 24.5%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다. 한국 기업은 지난 9월 말까지 57억4600만달러를 투자해 가장 많았다.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려드는 이유로는 베트남 정부의 의지에 따라 빠르게 구축되고 있는 인프라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값싼 인건비 때문에 베트남에 진출한다는 것은 옛말(박병국 KOTRA 하노이무역관 부관장)”이다. 박 부관장은 “베트남에 항만과 도로, 발전시설이 빠른 속도로 구축되면서 투자하기 좋은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며 “요즘 베트남 투자를 상의하는 한국 기업만 하루 5~6곳은 된다”고 말했다.

인프라 발전은 금방 체감할 수 있었다. 수도 하노이에서 직선거리로 154㎞ 떨어진 항구도시 하이퐁으로 가는 데 1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6월 하노이와 하이퐁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덕분이다. 차를 몰던 현지인 운전기사도 “예전 같으면 4시간은 걸렸을 거리”라며 놀라워했다.

하이퐁에 공장을 둔 LS전선의 백인재 하이퐁법인장은 “물류 여건이 좋아지면서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인프라 구축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의지가 강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작년 12월에는 하노이에 노이바이 신공항이 들어섰다. 거리엔 ‘공사 중’이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정비 작업 중인 곳도 종종 눈에 띄었다.

◆생산시간도 3분의 1로 단축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곳에 진출한 뒤 생산성이 한 단계 뛰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기도 그중 하나였다. 삼성전기 베트남 공장에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과 기판을 생산한다. 카메라모듈과 기판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진 법인장은 “일관생산체제로 베트남 공장을 지은 덕분에 생산성이 개선됐다”며 “그동안은 이런 공장을 짓고 싶어도 한국에는 지을 부지가 없고 중국은 인건비가 급증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젊은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매력 요소로 꼽혔다. 중국이나 태국과 비교하면 인건비는 40% 수준에 불과하다. 평균 연령은 29.2세로 젊다. 인구도 9330만명으로 한국의 두 배가 넘는다.

LG전자가 하이퐁에 올해 TV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대규모 생산단지를 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G전자는 2028년까지 15억달러를 들여 스마트폰, TV, 자동차 부품 등 회사의 모든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 생산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부지만 총 80만㎡ 규모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베트남사무소장은 “적어도 5년간은 ‘메이드 인 베트남’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