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중기' 선정되니…"홈쇼핑서 먼저 찾아왔어요"
처음 중소기업을 방문해 취재한 것은 작년 3월 말이었다. 비포장길을 지나 경기 화성에 있는 회사를 찾아갔다. 한 아주머니가 사장이라며 맞았다. 연 매출이 얼마냐고 묻자 그는 3억원이라고 했다. 직원도 세 명뿐이었다. 약간 허탈했다. 직전 취재하던 기업이 연매출 200조원의 삼성전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터뷰하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한때 충남 시골 폐가에 들어가 살 정도로 가난했다. 생존을 위해 공장을 다녔고, 그곳에서 배운 기술로 주방용품 회사를 차렸다. ‘200조원 회사에도, 3억원짜리 회사에도 스토리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공장을 나섰다.

몇 개월 뒤 그 사장은 고맙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청와대 행사에서 여성 기업인으로 초청받아 대통령 옆자리에 앉은 사진이었다. 이 회사가 주방용기를 개발한 스토리는 국내에서 발간된 한 경영서적에 실리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중앙회 IBK기업은행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매달 4개 업체를 선정해 발표하고, 취재해 내용을 전달하는 ‘으뜸중소기업’ 코너에 실린 뒤 일어난 변화였다.

지난 2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는 2015년 으뜸중소기업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으뜸중기로 선정된 기업 대표 48명이 참가했다. 취재기자 6명은 각 테이블에 앉아 “실제로 도움이 됐느냐”고 물었다. 마케팅 능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에 기사가 도움이 되는지 반신반의했기 때문이다.

휴대용 아기침대 ‘누보백’을 제조한 고민석 해피리안 대표는 “홈쇼핑은 찾아가 부탁해도 방송에 나가기 어려운데 으뜸중기 기사가 나간 뒤 홈쇼핑에서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 신기했다”고 말했다. 해피리안은 홈쇼핑을 통해 연속 매진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누르면 빠지는 콘센트를 개발한 김오중 ‘누르면빠지는콘센트’ 대표는 “별도의 홍보비용이 없어 걱정했지만 기사가 나간 뒤 편의점 대형마트들로부터 연락이 와 납품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여드름 치료에 효과적인 바이오토너를 제조한 더삼점영의 황은주 대표는 “으뜸중기 선정 이후 판매가 4배가량 늘어 중국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가 끝난 뒤 한 기자는 말했다. “경상도, 전라도에 있는 회사를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는 내키지 않았지만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니 일할 맛이 나네요.” 이날 행사는 한국경제신문 중소기업 담당 기자들이 무명의 중소기업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김용준 중소기업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