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시계 제로'] 강달러·저유가·정크본드 수익률 급등…국제 금융시장, 외환위기 때와 '닮은꼴'
‘달러는 강해지고, 유가는 고꾸라지고, 고위험 채권수익률은 치솟고….’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무렵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FT는 1998년 말께 유가는 종전의 3분의 2 수준으로 내려갔으며, 정크본드 투자 수익률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의 상대가치(실질환율)는 20%나 높아졌다. 반면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실업률은 30년래 최저로 내려갔으며 증시는 과열 기미를 보였다. 미국 국내 상황은 괜찮은데 외부 금융시장은 매우 불안정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997년 3월 한 차례 금리를 인상(연 5.25%→5.5%)한 뒤 1998년까지 그대로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 하락의 압박을 받은 러시아가 부도를 냈고,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했으며, 금융시장에는 큰 충격의 쓰나미가 번졌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Fed가 소극적인 통화정책을 써서 위기를 키운 1997년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Fed의 ‘노파심’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브래드 드롱 미국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Fed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너무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1997년 무렵과 다른 점도 있다고 전했다. Fed의 대응 방식 뿐만 아니라 신흥국 상황도 위기가 쉽게 번질 수 있었던 1990년대 말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