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에 갚아야 할 30억달러의 채무에 대해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했다. 채무 상환 시한은 20일까지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러시아가 우리의 채무조정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법원의 관련 판결이 나올 때까지 30억달러의 러시아 차관에 대한 채무 이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영 로켓제조업체인 ‘유즈노예’와 도로공사인 ‘우르크아프토도르’가 러시아 은행에 지고 있는 5억700만달러의 민간 채무도 상환을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2013년 제공받은 차관의 상환을 놓고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왔다. 러시아는 2013년 모스크바를 방문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150억달러 상당의 차관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30억달러를 1차로 지원했다.

하지만 작년 초 친서방 세력에 의해 야누코비치 정권이 축출되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면서 양국 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서방 민간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약 180억달러의 채무에 대해 ‘원금 20% 삭감, 상환 기한 4년 연기’ 등의 합의를 이끌어낸 뒤 러시아에도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이를 거부하고 대신 2016년부터 3년간 매년 10억달러씩 나눠 갚으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채무 상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대해 법적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했지만 이날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야체뉵 총리는 “러시아와 소송전까지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맞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현재 채권 발행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이번 모라토리엄이 국제 채권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모라토리엄은 러시아에 대한 채무에만 적용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