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단기적·직접적 영향 없을 것"…중장기 악재는 예의주시
자동차·해운 "양날의 칼 될수 있다"…조선…항공 "손실 가중" 우려


산업팀 = 미국이 17일 200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우리 산업계는 미국발 금리 인상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계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국내 금리가 연이어 인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대체로 미국 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국발 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기 위축을 불러올 경우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자동차업계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자동차 수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국산차 업체들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체 판매에서 달러화로 결재하는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 자동차 시장의 경우 소비심리 위축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더라도 오히려 고용 개선 효과가 커 자동차 소비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신흥시장은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통화 약세가 지속하고 경기 회복 속도도 더딜 것으로 전망돼 신흥시장 판매 비율이 높은 국산차 업체들은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타 국가 금리 또한 인상시킬 여지를 갖고 있어 전반적인 자동차 할부금리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내면서 위기에 처한 조선업계는 저유가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유가가 추가 하락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해양플랜트 시장이 지금보다 더 쪼그라들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국제유가 하락세로 플랜트와 조선 시장이 위축돼 올 한해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 금리가 오르는 강달러 국면은 유가의 추가하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며 "유가가 더 떨어지면 해양플랜트시장 등이 더욱 얼어붙어 국내 조선업계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미국 금리 인상이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을 불러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경기 둔화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금리 인상 시점과 시차를 두고 완만히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자금조달 환경의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 문제, 주택구매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문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철강업계도 국내 내수 시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글로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철강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또 신흥국의 자금 유출이 확대되면 신흥국의 철강수요가 줄어들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중국 철강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강해지므로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자업계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변동, 신흥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은 주시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환율 변동이 있더라도 결제 통화를 다변화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DS) 부문은 많은 부분 달러화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이 부분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자체보다는 신흥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며 신흥국 소비 위축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유업계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외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시적으로는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석유 수요가 늘면서 우리 업체들의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며 "그러나 국내 제품 수요는 줄어들 수 있어 전체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해운업계는 여객기와 선박 보유에 따라 외화 차입금이 많은 특성상 금리 인상이 이자 부담 인상으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기준 차입금은 15조4천900억원이고, 이 가운데 65.7%를 달러화가 차지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평균금리 0.25% 변동 시 약 250억원의 이자비용 증감이 발생한다"며 "시장 상황을 감안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변경하는 다양한 비용감소 전략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금리가 오르면 외화차입금 이자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해운업계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보다는 물동량 증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미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미국 내 구매력이 향상하면 미주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경제가 살아나고 안정됐다는 방증"이라며 "금리가 올랐다 해서 이자 부담이 즉각 늘어나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