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도 세계 주요 증시가 17일 안도 랠리를 펼쳤지만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위협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7년 가까이 저금리 기조를 이용해 대량의 달러를 빌려온 신흥국 정부와 기업에는 금리 인상이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등을 꼽았다. 경상수지가 적자이거나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국가들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최하위 단계인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내렸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9월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췄고, 무디스는 3개월 안에 투기등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 자원수출국인 브라질은 원자재시장 침체로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8%에 이르고, 정부 재정은 GDP 대비 6.0%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 규모도 작년보다 3.1% 쪼그라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브라질은 중국 다음으로 달러 부채를 많이 갖고 있어 미국 금리 인상 때 추가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터키와 남아공도 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가 각각 GDP 대비 5.0%와 4.3%에 이른다. 남아공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23.63bp(1bp=0.01%포인트)로 최근 3개월 사이에 76.6bp 뛰었다.

투자은행인 UBS는 “이번 미국 금리 인상기에 신흥국들은 2004년보다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2004년부터 2년간 금리를 4.25%포인트 올렸지만 중국 경제의 급성장 덕분에 신흥국 주가는 같은 기간 69% 올랐다. 하지만 현재 중국 경제성장률은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신흥국 부채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UBS에 따르면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의 외화 표시 채권은 올해 3450억달러에서 내년 5550억달러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현 상황이 2004년보다 1994년에 가깝다는 진단이 나온다. 신흥국들이 많은 부채를 쌓아놓은 1994년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멕시코와 중남미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까지 충격이 이어졌다. 다만 1994년 연 3%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1년 만에 연 6%로 오른 것과 달리 이번엔 Fed가 ‘점진적 인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다른 점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