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미국 제로금리 시대'] 신흥국은 고통 시작?…브라질 신용등급 '정크' 강등
"2004년보다 타격 클 것"
블룸버그통신은 “7년 가까이 저금리 기조를 이용해 대량의 달러를 빌려온 신흥국 정부와 기업에는 금리 인상이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등을 꼽았다. 경상수지가 적자이거나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국가들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최하위 단계인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내렸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9월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췄고, 무디스는 3개월 안에 투기등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 자원수출국인 브라질은 원자재시장 침체로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8%에 이르고, 정부 재정은 GDP 대비 6.0%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 규모도 작년보다 3.1% 쪼그라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브라질은 중국 다음으로 달러 부채를 많이 갖고 있어 미국 금리 인상 때 추가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터키와 남아공도 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가 각각 GDP 대비 5.0%와 4.3%에 이른다. 남아공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23.63bp(1bp=0.01%포인트)로 최근 3개월 사이에 76.6bp 뛰었다.
투자은행인 UBS는 “이번 미국 금리 인상기에 신흥국들은 2004년보다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2004년부터 2년간 금리를 4.25%포인트 올렸지만 중국 경제의 급성장 덕분에 신흥국 주가는 같은 기간 69% 올랐다. 하지만 현재 중국 경제성장률은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신흥국 부채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UBS에 따르면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의 외화 표시 채권은 올해 3450억달러에서 내년 5550억달러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현 상황이 2004년보다 1994년에 가깝다는 진단이 나온다. 신흥국들이 많은 부채를 쌓아놓은 1994년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멕시코와 중남미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까지 충격이 이어졌다. 다만 1994년 연 3%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1년 만에 연 6%로 오른 것과 달리 이번엔 Fed가 ‘점진적 인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다른 점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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