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미국 제로금리 시대'] 러시아 등 신흥국 수출 '주름살' 커질 듯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단기적으로 미국 수출이 늘 수 있지만 한국 전체 수출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신흥국 수출이 급감할 수 있어서다. 달러 강세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신흥국에 생산기지가 집중돼 있는 한국 대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

KOTRA는 17일 ‘미국 금리 인상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신흥국 통화가치가 떨어져 주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흥국에서 자본 이탈이 늘고 환율이 급등해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가 더욱 늘 것으로 전망했다.

KOTRA는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 러시아,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올 들어 10월 말까지 브라질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5.4% 감소했다. 러시아(-56%)와 콜롬비아(-27.1%), 남아공(-15%)의 수출도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한국의 신흥국 수출액은 3334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8.2%를 차지했다.

한국무역협회는 3대 신흥국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업종에서 한국 수출액이 내년 이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외화 부채가 많은 항공업종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병기 무협 수석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로 미국 제조업이 부진해지고, 채무 지급불능 위험이 있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액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