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자동차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 조작사건이 드러난 배경에는 교토 기업 중 하나인 호리바제작소의 배기가스 계측 시스템이 있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산하 대체연료 엔진 및 배출가스 연구소는 호리바제작소의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장치를 이용해 폭스바겐 차량의 문제점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 연구소의 실험결과를 토대로 폭스바겐의 검출 결과 조작 사실을 적발한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계측 시스템도 호리바제작소의 제품이다. 호리바제작소는 1964년 일본 최초로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장치를 생산하기 시작해 현재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9월 출시된 미 애플사의 아이폰6S에도 일본전산 제품의 경쟁력이 녹아 있다. 아이폰6S의 신기술로 주목을 끈 ‘3D터치’ 기능에 들어간 것이 일본전산이 독점 공급하고 있는 초소형 진동부품이다.

기존 스마트폰에서 디스플레이를 터치했을 때는 이용자들이 아무런 반응을 느낄 수 없지만 아이폰6S에서는 ‘탭틱 엔진’으로 불리는 이 진동부품을 통해 터치 강도에 따른 반응을 느낄 수 있다.

1973년 교토에서 설립된 일본전산은 PC 핵심 부품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용 모터분야 세계 최대 업체다. 이 시장은 축소되고 있지만 탭틱 엔진이 일본전산의 새 수익원이 되고 있다.

아이폰6S에는 또 다른 교토 기업인 무라타제작소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도 들어가 있다. 무라타제작소 역시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 업체다. 이 밖에 교세라의 세라믹 패키지를 비롯해 옴론의 가정용 혈압계, GS유아사의 오토바이용 전지, 롬의 트랜지스터, 스크린홀딩스의 반도체 웨이퍼 세정장치 등도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교토=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