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올해 신입사원 공개 채용 방식을 대폭 개편했다. 입사지원서의 학벌·학점·토익 등 스펙과 개인신상 정보 기입란을 없앴다. 지원서류 이름도 입사지원서가 아닌 직무 관련 경험을 쓰게 하는 ‘역량지원서’였다. 면접은 기존의 단순 질의응답에서 벗어나 ‘토론·발표면접’ 방식을 도입했다.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학점·토익 안본다"…능력중심 채용 올해만 180곳 늘어
학벌·학점·토익·해외경험 등 스펙으로 직원을 뽑던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입사지원서에 스펙 기재란을 없애고 기업에 필요한 역량을 제시하게 하는 직무기술서를 도입하는 등 이른바 ‘능력중심 채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고용노동부는 올해 공공부문 및 대·중소기업 180곳에 ‘능력중심 채용 모델’을 보급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능력중심 채용모델이란 기존의 스펙 위주 채용에서 벗어나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돕는 종합 채용시스템이다. 대한상의는 개별 기업의 신청에 따라 채용과정을 직접 설계하는 ‘채용컨설팅’, 기존 입사지원서 대신 직무능력을 기술하는 ‘역량지원서’, 질의응답 위주의 단순 면접에서 면접 질문을 구조화한 ‘역량면접’ 등에 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능력중심 채용모델은 2013년 30개 기업에서 시범 도입한 뒤 2014년 180곳, 2015년 180곳 등 최근 3년간 390개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적용하고 있다. 참여기업은 현대해상화재보험, 한국맥도날드, 신한카드, 호반건설, 부산은행 등 기업과 한국가스안전공사, 원자력환경공단 등 공기업까지 다양하다.

방창률 대한상의 기업인재평가사업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스펙이 취업시장의 열쇠였다면 이제는 능력이 당락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며 “우선 사람을 뽑고 맡길 직무를 고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뽑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중심 채용 모델은 취업준비생들의 취업비용 부담과 기업의 채용 비용을 모두 감소시킨다는 게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지원서류에 스펙 기재란을 없애다 보니 지원자들이 토익이나 어학연수, 심지어 취업을 위한 성형수술까지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기업도 직무능력과 관련된 경험이나 업무 수행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 대처 능력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우수한 인재를 고를 수 있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채용 방식을 바꾼 뒤 그동안 스펙에 가려 찾지 못했던 ‘능력자’를 제대로 선발할 수 있었다”며 “기존 지원서 대신 도입한 직무기술서는 허수 지원자를 걸러내 입사 후 이직률을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자격평가사업단장은 “능력중심 채용모델은 신입직원의 업무성과 향상은 물론 채용비용 절감에도 톡톡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특히 잦은 이직과 퇴사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