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병원에 따라 최대 18배까지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는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데다 환자가 병원별 정확한 가격 비교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 조사 결과 A병원에선 20만원이면 받을 수 있는 ‘추간판 내 열치료술’(허리 치료)을 B병원에선 350만원을 내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간 가격차이가 17.5배에 이른다. 증상이 같은 무릎관절증 환자 두 사람이 이들 병원에서 쓴 진료비를 비교해 보니 A병원과 B병원의 총 진료비 차액은 985만원에 달했다. 어느 병원을 택하느냐에 따라 환자 부담은 천차만별인 셈이다.

병원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본인 부담 비용을 환자가 일목요연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도 병원별 진료비 격차를 키운 요인이다. 비급여 진료는 총 1만668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명칭이나 코드가 표준화된 항목은 1611개(9.7%)밖에 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분류체계 일원화 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병원마다 치료 명칭이 다른 경우가 많고 의료행위의 질이 병원별로 천차만별이라 가격비교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항목별 가격 비교가 가능한 진료 항목의 병원별 가격 차이는 평균 7.5배다.

정부는 환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비급여 정보자료를 취합해 일부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병원들의 과잉진료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대학병원 등을 대상으로 상급병실료 차액, 자기공명영상(MRI) 진단료 등 37개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도록 지시했지만 병원들은 진료 방식을 약간 바꿔 또 다른 비급여 의료를 양산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관리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8년 62.6%에서 현재 62.5%로 정체 상태다. 비급여 진료영역이 빠르게 확대된 탓이다. 2008~2012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은 1.6% 줄었지만, 비급여 부담률은 1.7% 증가하면서 의료보장 효과를 잠식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