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는 11일 발표된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과 관련, 예견된 수순으로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STX조선이 이미 2013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속에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중소형 조선사 규모로 축소된 데다 국내 조선업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조선을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이날 발표했다.

STX조선의 건조능력과 선종을 대폭 축소하고 추가로 인력 감축을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진해조선소는 선대를 기존 5개에서 2개로 대폭 줄이고 수익성 있는 5만∼7만t급 탱커선, 해상 LNG 주유터미널(LNGB)에 특화해 운영하도록 계획이다.

STX조선은 2년여 전부터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해외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몸집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이번에 채권단이 중소형 조선사로 만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셈이다.

STX 조선이 빅3와 같은 대형 조선사와 자본, 기술, 인력 면에서 경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STX조선이 이미 중소형 선사 규모로 줄어든 마당에 새로운 것처럼 발표하니 오히려 이상하다"면서 "STX조선으로선 갈 길이 이것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선 빅3는 전 세계 해양플랜트, 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70%가량 독식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조선소들도 이 분야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중소형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커선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이 7만t급 탱커선에서 지난해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5만t급 탱커선과 LNGB에서 10% 내외의 점유율을 유지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장에 중국 등이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며 들어가고 있어 단기간에 잠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 조선소들은 최근 조선 시황 악화로 경영난을 겪어 STX조선의 사업 영역에 급속히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선사가 만드는 선박은 첨단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 중국 등 다른 국가도 쉽게 뛰어들 수 있는 분야"라면서 "이에 따라 STX조선은 뼈를 깎는 혁신을 하지 않는 이상 현재보다 더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조선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빅3도 올해 최악의 경영 위기에 몰려 총 2조5천여억원에 달하는 자구안을 내놓고 초긴축 경영에 나선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을 전량 매각해 7천500억원을 조달하고 향후 3년간 인적 쇄신, 직접경비 및 자재비 절감, 공정 준수를 통한 지연배상금 축소 등으로 1조1천억원 이상의 손익 개선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최근 전 계열사 긴축 경영을 선언했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포함한 전 계열사의 급여 반납 등 인건비와 각종 경비 절약, 시설 투자 축소 등을 통해 5천억원 이상을 절감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계열사 전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도 임원 감축과 비효율 자산 매각 등을 단행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