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사장 취임 일성은 '속도'…"지금보다 10배 빨라져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사진)이 지난주 인사에서 패션부문장을 맡은 뒤 첫 번째 화두로 ‘속도’를 제시했다.

이 사장은 지난 8일 사내방송에 출연해 “지금의 속도보다 10배는 빨라져야 한다. 내부를 보지 말고 외부(경쟁사)를 보라. 내부 역량(직원 간의 협업)을 활용하자”고 언급했다.

부진한 패션부문을 빠르게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분석이다. 스피드는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임직원에게 자주 주문했던 단어다.

올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 오너 일가가 지분의 30% 이상을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지분율은 이건희 회장 2.8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6.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5.47%,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5.47% 등이다.

이 사장은 또 이날 방송에서 ‘꿈’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스피드, 아웃룩, 컬래버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세 가지(스피드·아웃룩·컬래버레이션)는 그냥 외치는 구호가 아니다. 실행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업무수행 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언제든지 소통의 길을 열어두겠다. 앞으로 핫라인을 개설해 임직원과 자유롭게 소통하겠다”고 했다. 공식 미팅은 오전 10시 이후에 진행하며, 자율출퇴근제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회사의 빠른 변화를 주문했던 이건희 회장을 연상시킬 만큼 짧지만 강한 메시지 전달력을 보여줬다”며 “패션 1등 삼성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