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강협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석유화학협회, 자동차산업협회 등 13개 업종별 단체 대표가 어제 국회에 모여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주력 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선 선제적 사업재편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원샷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는 하소연이었다. 야당이 대기업 특혜라는 황당한 이유로 원샷법을 반대하는 데 대해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며 업체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원샷법은 기업이 인수합병(M&A)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기업의 선제적·자발적 사업재편을 촉진하자는 취지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야당이 대기업을 제외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요 산업마다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조선 76.5%, 철강 72.2%, 석유화학 80.2%, 자동차 78.3%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사업재편이 지연돼 부실화하면 그 피해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 협력업체로 번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대기업을 제외하라는건 사실상 주력산업 보고 그냥 앉아서 죽으라는 얘기나 다를 게 없다.

야당의 줄기찬 반대에 재계에선 답답한 나머지 그렇다면 원샷법 통과 후 야당 쪽에서 사업재편심의위원장을 맡으면 될 것 아니냐는 제안까지 내놓고 있다. 일단 법부터 만들어 달라는 간절한 요청이다. 그러나 야당은 들은 체 만 체다. 여전히 대기업의 편법 상속증여 가능성 등 벌어지지도 않은 법의 악용 가능성만 물고 늘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원샷법과 거래할 다른 법안을 찾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일본은 1999년부터 ‘산업활력법’이란 이름으로 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해 왔고 2014년에는 이 법을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더욱 확대했다. 사업재편이 활발한 미국 등에서도 원샷법이 담고 있는 일부 특례가 ‘회사법’ 등 일반법에까지 규정돼 있다. 선진국도 기업의 사업재편 촉진에 발 벗고 나서는 판에 한국 국회만 훼방을 놓고 있다. 주력산업이 다 주저앉으면 야당이 책임질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