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늘고 소득도 증가…부진한 경기개선 기대 확산

지난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로 5년 3개월(21개 분기) 만에 최고를 기록하면서 부진한 경기 흐름이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 흐름의 개선이 부동산 경기의 호전과 정부 소비확대정책의 영향이 큰 데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개선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건설·소비가 살린 3분기

3분기 경제성장률이 회복된 데는 건설과 소비를 비롯한 내수가 살아난 영향이 컸다.

3분기 GDP 성장률(전기대비) 잠정치 1.3%는 지난 10월에 발표됐던 속보치 1.2%보다 0.1%포인트가 높아졌다.

이는 9월 건설기성액이 전년동기보다 13.4%나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임태옥 차장은 "속보치에서는 건설기성액을 추정해서 반영했는데 실제 수치가 추정치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3분기에 건설업 생산은 전분기보다 5.6% 급증했다.

2009년 1분기(6.2%) 이후 6년6개월(26개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올들어 건설업 생산 증가율이 1분기 2.0%, 2분기 0%의 흐름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증가율이다.

3분기 제조업이 0.1%, 서비스업은 1.0% 성장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해도 건설업의 성장세는 눈에 띄는 수준이다.

지출항목별로도 3분기 건설투자가 전분기보다 5.0% 늘었다.

민간소비는 재화와 서비스 소비가 고르게 증가하면서 전분기보다 1.2% 증가했다.

이는 2012년 3분기에 1.3%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0.6%포인트에서 3분기 2.0%포인트로 상승하면서 2011년 2분기(2.5%포인트) 이후 4년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로써 3분기 성장률 1.3%는 2010년 2분기 1.7%를 기록한 이후 21개 분기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작년 2분기(0.5%)부터 지속해온 0%대의 저성장 국면을 가까스로 탈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 4분기에 GDP 성장률이 0.8%만 넘으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GDP 성장률 2.7%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의 김영태 국민계정부장은 "3분기는 내수가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면서 "전분기 부진의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할 수 있지만 민간소비나 설비투자는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문제는 수출…소비 확대 지속도 관건

하지만 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경로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최근의 내수 회복이 개별소비세 인하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소비확대 정책에 힘입은 것이므로 앞으로 지속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말이 지나고 내년 초부터는 정책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가 다시 줄어드는 '소비 절벽' 현상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0%대 성장 탈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부동산 경기도 급증한 가계대출과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더구나 올 들어 수출이 부진한 양상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최대의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3분기 수출은 전분기보다 0.6% 감소했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도 마이너스 0.8%포인트로 집계돼 작년 3분기 이래 5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이 성장을 깎아 먹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올해 성장률 3% 달성은 이미 물 건너 갔으며 이제는 내년 3% 성장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출 부진의 최대 요인으로 지적되는 중국 경기 둔화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앞으로 미국 금리인상과 신흥국 경기 부진 등 대외 위험요소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추가경정예산의 효과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추경 효과가 사라지는 내년 초에는 건설이나 소비가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하며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