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사장 공백 한 달 넘어…아직 공모 일정조차 못 잡아
국민연금의 ‘경영 공백’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차기 이사장 공모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차기 이사장 공모를 위해 지난달 3일 구성된 국민연금 임원추천위원회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실무 회의도 열지 않았다. 위원회만 구성해 놓고 한 달 동안 공식적인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원추천위 첫 회의를 3일 열 계획”이라며 “이 회의에서 구체적인 공모 절차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전 이사장은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불가 결정을 놓고 복지부와 기싸움을 벌이다 지난 10월27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원추천위는 구성된 지 한 달이 지나고서야 첫 회의가 열리지만 같은 날 구성된 기금이사추천위원회의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는 지난달 16일 이미 마감됐다. 18명이 지원했고 서류심사를 통해 7명을 추린 뒤 현재 평판조회 중이다. 후보군이 더 압축되면 임원추천위가 이사장에게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사장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지난달 3일로 임기가 끝난 홍 본부장은 후임이 올 때까지만 직무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사장 공모 절차가 한 달째 공회전하면서 기금운용본부장 인사도 함께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사장이 적임자를 결정해 복지부 장관에게 제청해야 하는데, 이사장이 공석이라 후보군이 추려지더라도 최종 결정할 사람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 500조원을 관리하는 국민연금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동시 공백 상태’가 상당 기간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이사장 직무 대행을 맡고 있는 이원희 기획이사도 지난달 17일 임기가 이미 만료됐다. 하지만 이 이사의 연임 결정권 또한 이사장이 갖고 있다.

차기 이사장이 정해질 때까지 이 이사의 연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모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개각을 앞두고 있는 데다 내년 총선까지 겹치는 바람에 이사장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시간끌기 전략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