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위해 여·야·정이 합의한 1조원 규모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기금)에 대해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 어떤 식으로 기금을 조성할지가 정해지지 않아 외부에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지만 내심 ‘반(半)강제적인 준조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에 “상생기금 조성은 반강제적인 기부이기 때문에 시정이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비공식적인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은 상생기금 부담을 어느 정도 지게 될지 명확하지 않아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상생기금을 자발적으로 걷겠다는 정부 이야기를 믿는 기업인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재계 순위대로 할당이 떨어질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한·중 FTA가 선례가 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 조약이 추가로 맺어질 때마다 기업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가 한·중 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재계에 상생기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도록 사실상 종용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FTA 민간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으로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 조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성명을 냈다. FTA 민간대책위는 한국무역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은행연합회 등이 FTA 협상과 관련한 업계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2006년 출범시킨 단체다.

이에 대해 FTA 민간대책위 관계자는 이날 “한·중 FTA 통과가 워낙 시급한 상황에서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야당의 주장이 워낙 강경해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게 정부 의견이었다”며 “성명서의 ‘긍정적’이라는 의미는 무역이득공유제가 법제화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도 “발표 전에 ‘긍정적’이라는 문구를 놓고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무조건 통과돼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