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 등의 이자·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을 한 해 1조원 가까이 깎아주는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이 3년 더 연장된다. 정부는 40년 지속된 이 혜택을 내년부터 축소할 방침이었지만 농어민 표를 의식한 여야가 한목소리로 밀어붙인 결과다. 농어민은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에 가입할 수 있게 된 데다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도 연장돼 중복으로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상호금융 예탁금·출자금 비과세는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에 맡긴 예탁금이나 출자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나 배당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예탁금은 3000만원, 배당금은 1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976년부터 40년가량 이어져오다 올해 일몰(시한만료) 예정이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일몰 시한이 지나면 내년 5%, 내후년부터 9%의 저율과세를 적용할 방침이었다. 비과세 감면 규모는 올해 기준 8681억원에 달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1만원 안팎의 가입비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을 얻어 누구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농어민을 위한 대책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도 예년처럼 비과세 일몰 시한은 연장됐다.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조세소위에서 일몰을 강하게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가 농어촌 지역 표를 의식해 보기 드물게 한목소리를 내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여야는 또 근로자를 대상으로 했던 ISA에 농어민도 가입할 수 있도록 정부안을 수정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무마용 1조원 규모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이어 농어민 비과세도 연장돼 국가 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특정 계층에 과도하게 혜택이 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농어민과 관련된 사항은 무조건 지원이 늘거나 유지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며 “예탁금·출자금 비과세가 또 연장되면서 내년부터 세수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내년 예탁금·출자금에 대한 과세특례가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3500억원 세수 감소 부담을 덜어낼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도 골프장 입장객에 대한 개별소비세(1만2000원) 면제도 올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연장됐다. 여야는 2017년까지 제주도 골프장 입장객에 대해 개소세를 75% 감면하기로 했다. 제주도 관광객이 늘어나 세혜택을 종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제주도 의원들이 연장을 앞장서 주장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