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패션사업 '원톱' 맡은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사진)은 그동안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경영기획담당)과 제일기획 사장(경영전략담당)을 겸직했다. 사업 자체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주로 막후에서 활동했다. 이 사장은 1일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을 맡았다. 제일기획 경영에서는 완전히 물러났다. 삼성 관계자는 “본인이 직접 패션사업을 꾸리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패션에 열정이 많다.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나왔다. 2002년 첫 직장으로 제일모직 패션연구소에 입사했다. 이후 디자이너 정구호 씨의 ‘구호’와 정욱준 씨의 ‘준지’를 인수했고 ‘에잇세컨즈’라는 브랜드로 제조·직매형 의류(SPA) 부문에 진출했다. 삼성전자와 협력해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패션상품 개발을 이끌기도 했다.

이 사장이 패션사업 진두지휘에 나선 것은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간 40조원 안팎인 국내 패션시장은 내수 침체 탓에 연평균 성장률이 1~2%에 불과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 3분기 22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년 전부터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윤주화 사장을 영입해 공급망관리(SCM)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나 뿌리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 사장은 수익성을 높이고, 해외에 진출해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삼성물산은 내년부터 에잇세컨즈를 중국에 진출시켜 유니클로 자라 H&M 등에 버금가는 ‘글로벌 SPA’로 육성할 계획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