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인터넷은행 시대]  "카카오·K뱅크에 1400만 고객 뺏길라"…긴장하는 금융사들
인터넷은행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영업에 나서면 금융시장 판도가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 모두 예금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는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있어서다.

시일이 걸리겠지만 인터넷은행발(發) 충격파는 은행, 저축은행, 카드회사, 캐피털회사 등 업역을 가리지 않고 들이닥칠 것이란 분석이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고인 물’(기존 금융회사)이 급변할 것”(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리 쇼핑족’ 구애 경쟁 본격화

인터넷은행은 예금(수신)과 대출(여신) 두 분야에서 금리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발표한 사업계획을 보면 두 인터넷은행은 예금 부문에선 수시입출식 예금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정했다. 기존 금융사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캐시백 포인트 등 금리에 준하는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는 연 0.2~1.2%, 저축은행 수시입출식예금 금리는 연 1% 초·중반대다. 인터넷은행이 이보다 높은 금리를 주면 은행과 저축은행 예금 보유자 중 상당수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과 저축은행에선 전체 예금거래자 가운데 10% 정도가 인터넷은행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톡, KT 가입자에게 예금금리를 은행보다 0.1%포인트 더 주고, 간편송금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경쟁은 대출 부문에서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연 10% 안팎의 중금리 신용대출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용등급 기준으로는 5~7등급의 중간 신용자 1350만명(올해 9월 말 기준)이 대상이다. 이들은 신용대출 금리가 연 5% 안팎(마이너스통장대출)인 은행과 연 15~25%가량인 카드론, 캐피털, 저축은행 사이에 낀 소비자층이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담보를 보지 않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출심사를 하고 서류 제출 없이 모바일 등으로 대출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긴장하는 저축은행, 카드사

기존 금융사들은 인터넷은행이 가져올 변화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으로는 저축은행이 꼽힌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두 곳이 연 10% 중금리 대출을 내놓으면 연 25% 안팎의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저축은행 이용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금 고객 이탈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올해 3월 말 저축은행 거래자는 445만명으로 예금은 34조원, 대출은 31조원 수준이다.

카드사의 고민도 크다. 연 15% 안팎의 금리를 받는 카드론(신용카드대출) 시장이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에 밀릴 수 있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론 대출 잔액은 30조원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카드사가 받을 영향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카드 결제 때 VAN사를 거치지 않는 형태의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만큼 파장은 VAN사 등 지급결제대행업체에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소비자가 음식점을 이용한 뒤 카카오뱅크를 통해 음식점주에게 직접 대금을 송금하는 식이다.

은행권의 위기감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예금 부문에선 일부 소비자가 이탈할 수 있겠지만, 대출은 신용 1~4등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인터넷은행과 고객층이 거의 겹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시중은행들은 특히 모바일뱅킹 강화를 통해 인터넷은행과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이달부터 비대면 실명확인제도가 시행되면 기존 은행들도 송금·이체 외에 계좌 개설, 대출 신청 등을 모바일 기반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된다.

이태명/김은정/이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