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서울 서초구 우면동 연구개발(R&D)센터가 30일 문을 열었다. 2012년 7월 착공해 6개동, 33만㎡ 규모로 지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중심 연구 단지다. 서초사옥과 수원에 분산돼 있던 디자인경영센터,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 등 4000여명이 지난주 이사를 마치고 이날부터 정식 출근했다.

R&D센터 완공은 경사지만, 정작 회사 측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매출이 급증하던 시절 여러 곳에 착공한 대형 건물들이 속속 완공되며 공실이 생겨나서다. 각각 1만여명을 수용하는 수원 디지털시티 내 R5와 화성의 부품연구동이 2013년 6월과 12월 완공됐다. 그해 10월엔 수원 전자소재연구단지(수용인원 3000명)도 지어졌다. 하지만 이곳을 채울 임직원이 충분하지 않아 아직도 공실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비전2020(2020년 매출 400조원 달성)’을 내놓고 인력을 확충하던 삼성전자는 2013년 하반기부터 매출 성장세가 꺾이자 인력 충원을 줄였다. 2011년 6월 10만명이던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은 2013년 6월 12만명으로 늘었지만, 이후엔 정체상태다.

특히 R5 등은 보안이 철저한 삼성전자의 수원 디지털시티 내에 지어져 외부 임대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력을 수원으로 옮기고, 대신 서울 강북지역의 금융회사를 서초로 옮겨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제조건인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생명은 KB금융 신한은행에 매각의사를 타진했지만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때문에 임직원들에게 수원 이전 방침과 시기 등을 공지하지 못하고 몇 달째 속앓이를 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