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기업에 경제적인 부담을 주는 준(準)조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통과를 위해 농어촌상생기금을 신설하는 등 정부 재정사업으로 해결할 문제를 경제계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돕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민간 기금인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기부를 받고 있다. 정부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 기부’라고 하지만 기업엔 분명한 부담이다.
청년희망펀드…창조혁신센터…박근혜 정부 들어 늘어나는 준조세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달 포괄적 위임 형식으로 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150억원)과 최태원 SK그룹 회장(10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00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7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벤처기업 육성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인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설립된 민관 합동 기관이다. 창조경제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각 기업에 맞는 지역을 선정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기업의 강점에 지역 특성을 결합하기보다 프로야구 연고지나 기업의 사업장 소재지 등을 고려해 ‘주먹구구식 짝짓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초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가 운영을 맡고, 기업은 지원하는 수준으로 구상됐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역별 센터 개소식에 참석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기업들은 떠밀리듯 별도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15개 기업은 회수할 수 있는 투자금 외에 총 수백억원을 추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후원금도 기업에는 세금이나 다름없다. 2월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경제계에 적극적인 평창올림픽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이후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대한항공, SK, KT 등은 각각 500억원 이상의 후원을 약속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재원이 부족하면 기업에 협조를 요청하는데 사실상 법인세를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준조세

법령상 낼 의무는 없지만 사실상 세금처럼 강제되는 부담금. 정부 입장에서는 조세보다 금액 조성이나 운영이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에는 불필요한 자금 부담을 주고 제품 원가 상승요인이 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