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전자업체들이 아시아 가전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시아 8개국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4개 품목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32개 제품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15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1위에 올랐다고 20일 보도했다. 삼성 LG 등이 아시아 가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로는 현지 밀착형 제품 개발과 충실한 사후서비스(AS) 등이 꼽혔다.
동남아서도 일본 압도한 한국 가전…점유율 1위 절반이 삼성·LG
○싱가포르에선 전 품목 1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4개 제품의 시장점유율 1위를 삼성과 LG가 모두 차지했다. 삼성은 TV 냉장고 세탁기에서, LG는 에어컨에서 1위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냉장고만 일본 샤프가 1위였고, 나머지 3개 제품은 모두 LG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인도 시장 역시 현지 기업인 타타에 에어컨 1위를 내주었을 뿐 TV는 삼성, 냉장고와 세탁기는 LG가 최고 점유율을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프,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이 강했던 아시아 가전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일본 가전업체들은 뒤처지고, 한국 업체들이 아시아 가전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6개국 4개 가전제품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50억달러(약 17조3000억원)로, 4년 만에 70% 증가했다. 일본 업체인 샤프는 2010년 인도네시아 TV시장에서 점유율 33%로 선두였지만 지난해 21%로 급감했다. 이 기간 LG는 점유율을 10%에서 26%로 늘리며 1위로 도약했다. 삼성도 4%에서 17%로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일본 업체 가운데 올해 회계 부정 사태로 홍역을 치른 도시바는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TV와 세탁기 공장 매각을 검토 중이다. 마케팅 총괄 기능도 싱가포르에서 태국으로 이전해 태국 시장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하이얼 등 중국 업체 공략 가속

한국 기업들이 약진한 이면에는 현지 밀착형 상품 개발 전략이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LG전자는 2009년 인도네시아에서 뎅기열 모기 퇴치 에어컨인 ‘터미네이터’를 출시했다. 모기가 싫어하는 주파수 대역의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지금도 임신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LG 에어컨이 시장점유율 34%의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제품이 고장나면 일정 기간 내에는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등 철저한 AS도 강점이라고 이 신문은 꼽았다. 증가하는 중산층을 겨냥해 도심 번화가 등에서 대규모 광고 마케팅을 펼치는 전략도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년 후에는 아시아 시장의 판도가 또다시 달라질지 모른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자국 내에서 이미 1위로 도약한 중국 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 일본 산요의 가전 부문을 인수한 중국 하이얼은 인도네시아 내 소비자 브랜드를 산요의 ‘아쿠아(AQUA)’로 통일하고 내년 초부터 세탁기와 액정표시장치(LCD)를 적용한 냉장고 등을 순차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소비자의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일본·동남아시아를 총괄하는 이토 요시아키 하이얼아시아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일본 제품보다는 낮고 한국 제품보다는 높은 가격 설정 전략을 통해 인도네시아 매출을 3년 내 두 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