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서울~세종고속도로 착공을 발표하면서 중부고속도로 확장 건설까지 병행하기로 해 ‘중복 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중부고속도로 확장 건설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신설 시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돼 이미 한 차례 보류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국가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재정 원칙이 깨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페이고 준칙(재정지출 계획을 짤 때 재원확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해놓고 스스로 원칙을 어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당성 없다던 '중부고속도로 확장' 또 꺼낸 정부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일 “중부고속도로 사업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신설과 중복돼 국가 재정이 중복 지출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잠정 결론났던 것”이라며 “보류했던 사업을 다시 추진하게 되면서 재정 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신설과 중부고속도로 확장 건설은 대표적인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사례다.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나머지는 희생되는 상충 관계였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사업은 2008년 ‘광역경제권 30대 선도프로젝트’로 선정된 반면 그해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은 ‘음성~호법’ 구간과 ‘남이~음성’ 구간으로 각각 진행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음성~호법’ 확장 사업의 검증을 맡았던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전 보건복지부 장관)는 “서울~세종고속도로가 들어서면 중부 확장 사업은 경제성을 상실하게 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남이~음성’ 확장 구간 역시 서울~세종고속도로 신설 시 타당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은 기준점인 1을 크게 밑도는 0.66에 불과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성 평가 점수가 전체 종합평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고속도로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66 수준이라는 것은 사업이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오면서 중부고속도로는 물론 서울~세종고속도로 신설도 차질을 빚었다. 정치권에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을 강하게 반대하는 중부고속도로 지역권인 충북 민심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권과 충북의 미묘한 경쟁 구도는 올 들어 협력 구도로 바뀌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춘희 세종시장은 내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공조에 나서면서 10년 가까이 묶였던 고속도로 사업이 동시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정부는 조(兆) 단위의 국가 재정이 중복 투자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역 민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병행 추진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돼도 토지 보상비용 1조4000억원이 소요된다.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정부 주도사업으로 국가 재정 1조원가량을 들여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재부는 내년 국가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처음 넘을 것이라고 ‘고해성사’한 지 두 달여 만에 조 단위의 SOC 투자를 승인해야 할 처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 건전성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를 제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부고속도로 하루 교통량이 6만대로, 2008년 타당성 조사 시점보다 20% 증가하는 등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