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형마트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적법"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규제의 정당성과 영업 자유 침해 등의 논란을 일으키며 4년을 끈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6곳이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대형마트 승소로 판결한 원심(항소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특정 점포가 일단 대형마트로 개설됐다면 해당 점포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개별 대형마트의 실제 모습이 법이 정의한 대형마트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다시 따질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심 판결이 개별 점포의 실제 모습을 다시 따져본 게 잘못됐다는 취지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장석조)는 지난해 12월 이 사건 항소심에서 “홈플러스 등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대형마트가 아니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자체가 규제할 때 마트 내의 임대매장 업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지 않아 절차상 위법이 있다”는 원심 내용에 대해서도 “임대매장 업주는 처분 대상이 아니므로 의견을 듣지 않았어도 위법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지자체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할 뿐 아니라 보호할 필요성도 큰 반면 원고들의 영업 자유나 소비자의 선택권 등은 본질적으로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국 지자체들은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해 공포했다. “자치단체장은 0시~오전 8시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형마트들은 이 조례가 무효라고 소송을 냈다. 지자체는 잇단 패소에 조례 문구를 일부 수정했고 이후 벌어진 ‘소송 2라운드’에서는 지자체가 대부분 이겼다.

동대문구와 성동구 사건에서는 예외적으로 대형마트가 항소심에서 이겼다. 이후 지자체가 항소해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면 대형마트들이 이전처럼 제한 없는 휴일 영업이나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게 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대법원은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규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양측의 경제효과 분석 자료만으로는 전통시장 매출 증대 등 효과의 경중을 정확히 비교하기 어렵지만 통상 예측 가능하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적법하다는 큰 틀에서는 대법관 간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김용덕·김소영 대법관은 마트 내 식당·사진관 등 용역제공 장소는 규제에서 빼야 한다는 일부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제규제 영역의 특수성을 감안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판결은 대규모 점포와 중소유통업체의 상생발전이라는 법의 취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