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허영인·서경배의 '디테일'…한국 산업지도 바꾼다
‘7조원 잭팟’을 터뜨린 약사 출신의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75)처럼 ‘한우물’을 판 전문가형 기업인의 성공스토리가 침체한 한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임 회장과 함께 허영인 SPC 회장(66),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52) 등이 새로운 기업가상(像)을 보여주는 대표주자로 거론된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은 11일 “한미약품이 연구개발비를 매출의 20%까지 끌어올리자 ‘이러다 큰일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역전 만루홈런을 쳤다”며 “제약업을 넘어 한국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까지 바꿀 수 있는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이 경쟁력을 지닌 중후장대산업 외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을 통한 정공법으로 ‘대박 신화’를 쓸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서 회장, 허 회장 등도 ‘전문가형 기업가’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제품과 시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적절한 비전과 실행전략까지 제시하는 ‘디테일에 강한’ 새로운 유형의 기업가상을 창조해냈다.

서 회장은 여성용 화장품까지 직접 사용해 보는 ‘디테일 경영’으로 아시아를 평정하고, 유럽 미국 등지로 ‘화장품 한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SPC는 이달 초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양국 협력의 모범으로 제시된 ‘코팡’을 내놓은 회사다. 허 회장은 미국으로 ‘제빵 유학’을 다녀오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이며 세계 유수의 빵 회사를 일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임성기·허영인·서경배 회장 등의 잇단 성공은 21세기형 기업가상을 제시하고, 제조업 편향적인 우리 경제 구조의 취약점을 보완해 주는 반가운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백광엽/김형호/서욱진 기자 kecorep@hankyung.com